by김기성 기자
2009.11.22 12:00:05
`원동력=수출`..소비·투자등 민간 자생력 회복세
`더블딥 희박`..회복 속도는 `완만`
"저금리기조 점진적 정상화..내년 1분기중 인상 공감"
[이데일리 김기성기자] 국책 경제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 경제가 올해 0.2% 성장한 뒤 내년에는 위기 전 잠재성장률 이상인 5.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밝은 전망을 내놨다. 불과 2개월만에 올해 성장률은 -0.7%에서 0.9%p, 내년의 경우 4.2%에서 1.3%p 상향 조정됐다. 내년 성장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회원국 30개중 한국을 1위로 올려놓으면서 제시한 전망치 4.4%보다 1.1%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전대미문의 세계 경제위기로 인해 올해 성장률이 `0%`대의 정체 국면을 나타냄에 따라 이른바 `기저효과`라는 착시현상을 일정부분 무시할 수 없겠지만 한국 경제가 위기 전 정상궤도로 예상보다 빠르게 향하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했고, `침체 후 재침체`를 의미하는 `더블딥`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얘기다.
특히 세계경제 개선을 바탕으로 한 수출 호조가 원동력으로 작용하면서 경제회복의 관건인 민간의 소비 및 투자 등 자생력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위기 이후 민간을 대신해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담당해온 정부 재정의 바통을 민간이 순조롭게 이어받고 있다는 게 KDI 전망의 핵심 포인트다.
이런 맥락에서 KDI는 위기 극복 처방전으로 내놓은 중소기업 보증확대 등 비상조치를 거둬들이는 출구전략의 점진적 시행을 주문했다. 자산거품을 막기 위한 출구전략의 핵심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도 내년 1분기중 단행될 것이라는 금융시장의 전망에 대해 공감을 나타냈다.
이번 경제전망 보고서를 총괄한 김현욱 KDI 선임 연구위원은 "통화정책이 가시적인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시차가 존재한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급격한 정책 변경에 의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현재의 확장적인 기조를 점진적으로 정상화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또 "내년 1분기쯤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시장의 견해에 대해 공감한다"고 말했다.
KDI는 민간의 자생력이 회복되는 선순환구조 형성의 원동력으로 수출호조를 꼽았다. 위기 이후 급격히 위축됐던 수출이 중국 등 주요 교역대상국의 수요 증가에 힘입어 빠르게 개선되면서 최근의 경제회복을 이끌고 있다는 판단이다. `수출 호조→생산 확대→소비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KDI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7%에서 0.2%로 올려잡으면서 수출 감소율을 -2.3%에서 -1.6%로 상대적으로 크게 낮췄다는 게 이를 입증이다. 실제로 3분기 수출 실적은 전기대비 4.4% 늘어 2분기 연속 플러스를 유지했을 뿐만 아니라 급기야 전년동기대비로도 0.9% 증가, 위기 이전의 수준을 회복했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등 내수도 꿈틀대고 있다는 진단이다. 교역조건 개선에 따라 국내총소득(GDI)이 국민총생산(GDP) 성장률을 크게 넘어서는 정도로 증가하는 등 경제주체들의 실질구매력이 늘어난데다 국내외 금융시장 안정, 경상수지 흑자 행진, 원화가치 하락, 저금리 기조 등도 한몫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환율 하락이 내수와 투자를 늘리고 물가를 2%대(올해 2.8%, 내년 2.7%)로 안정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기업의 재고조정 마무리가 생산 확대를 견인하는 또다른 중심축으로 지목했다.
KDI는 이같은 전망을 반영,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을 종전의 4.2%에서 4.9%로 상향 조정했고, 설비투자 증가율도 13.8%에서 17.1%로 대폭 올려잡았다. 다만 본격적인 경제회복으로 수입 증가율이 11.6%를 기록, 수출의 6.1%를 크게 앞섬에 따라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올해의 415억달러에서 162억달러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민간의 고용창출 능력을 예상과는 달리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것. KDI는 "공공부문 고용효과 약화 등의 하방위험이 상존하고 있으나 전반적인 고용은 민간부문을 중심으로 점진적인 개선 추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취업자수는 20만명 내외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업률 전망치는 올해 3.7%에서 내년 3.4%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