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아파트 `아줌마의 힘`

by김자영 기자
2009.03.06 07:50:20

대림산업 `오렌지 크리슈머` 등 대형사 주부마케팅 활발

[이데일리 김자영기자] 건설사들이 주부 고객을 통한 마케팅 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기침체로 수억원대의 모델을 이용한 브랜드 홍보보다는 아파트의 실질적 이용자인 주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좀더 내실을 기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처음 주부 자문단을 만든 곳은 대림산업(000210). 대림산업은 지난 2005년 `오렌지 크리슈머(창조적 소비자)`를 모집했으며 현재 5기를 선발 중이다.

대림산업은 건축디자인이나 인테리어 분야에서 일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주부들을 우선적으로 뽑는다. 인원도 타 건설사보다 5배 가까이 많은 50여명으로 활동기간 중 건당 12만원의 활동비가 지급된다.


`오렌지 크리슈머`가 낸 아이디어 중 가장 반응이 좋았던 것은 신발장으로 1층 칸을 없애고 홈을 만들어 평소에 신는 신발들을 깨끗하게 수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평소 주부들의 골칫거리였던 신발장 정리를 말끔하게 해결한 사례로 꼽힌다. 대림산업은 이 아이디어를 충남 아산 `모종 e-편한세상`에 적용했다.

현대건설(000720)은 지난 4일 `힐스 스타일러 2기`를 발족했다. 현대건설은 `힐스 스타일러` 선정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아파트 거주 경험을 꼽는다. 전문가들은 회사 내에도 있는 만큼 아파트에 살면서 주부들만의 시각으로 보고 느낀 생각들을 받아들이겠다는 생각에서다.

특히 최근 3년이내에 지은 아파트에 살아 본 경험이 있거나 해외 선진국 아파트에 살아본 경험이 있는 경우 높은 점수를 준다. 이번 2기에는 일본과 중국 아파트에 거주한 경험이 있는 일본인 주부가 스타일러로 뽑히기도 했다.

이번에 뽑힌 `힐스 스타일러 2기`는 월 2회 격주로 활동을 하게 되며 월 50만원의 활동비를 받는다. 김혜진 현대건설 기획실 과장은 "힐스테이트 브랜드 런칭 이후 주부평가단 활동을 강화시키면서 주부들의 평가나 지적을 사장님을 비롯한 임원들까지 모두 경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주부들의 아이디어는 `살아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스타일러들의 지적으로 스위치 하나에도 `힐스테이트`라는 브랜드를 살릴 수 있었다. 기존에는 무미건조한 디자인에 하청업체 브랜드를 그대로 노출시키던 스위치에 개별디자인을 시도하고 힐스테이트라는 로고를 넣으면서 집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금호건설은 `어울림 스타일리스트`라는 주부 자문단을 운영 중이다. 금호건설은 자사 브랜드인 `어울림`에 거주하는 주부들 중 아이템 개발이 가능한 관련분야 업무 경험자와 일반 주부들을 골고루 선발한다.

현재 활동중인 3기 스타일리스트들은 `수납 만족형 시스템`을 개발해 용인 고림동과 남양주, 퇴계원 어울림 현장에 적용할 예정이다.

GS건설(006360)은 영역별로 주부들의 역할을 구체화했다. 그 중 하나가 `자이안 매니저`다. `자이안 매니저`는 입주시 발생하는 하자나 불만 등을 실제 거주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대변하도록 한 것이다. 15명으로 구성된 `자이안 매니저`는 고객의 의견을 일선에서 반영하는 것이 가장 큰 업무이며 연봉 2800만원을 받는 일종의 `직업`이다.

또 하나가 `GS건설 주부 자문단`이다. 이 모임은 자이 입주자가 아닌 타사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부들로만 구성됐다. 객관전인 입장에서 자이의 장단점을 평가할 수 있게끔 만든 평가단이다. 타사의 장점들을 벤치마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들의 첫 번째 임무다. 활동비로 월 80만원을 받는다.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가 남자 소변기 `트래비스`다. 좌변기 이용의 불편함을 바꿔보자는 주부들의 목소리가 반영돼 인천 `영종 자이`에 설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