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정훈 기자
2003.09.17 08:15:00
[edaily 이정훈기자] 간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시장 참가자들의 예상대로 "무난하게" 마무리됐다. 연방기금금리는 동결됐고, 성명서의 언급 역시 8월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FOMC의 성명서를 보면 "경기부양적 통화정책 기조(accommodative stance of monetary policy)"나 "인플레이션 위험이 높지 않다" 등 낯익은 표현들이 등장한다.
"현 상황에서 향후 몇 분기동안 경기가 하강할 가능성이나 경기가 상승할 가능성은 대체로 비슷하다(the upside and downside risks to the attainment of sustainable growth for the next few quarters are roughly equal)"는 언급도 바뀌지 않았다.
다만 현재 미국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 노동시장 부진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노동시장이 약해지고 있지만 소비는 여전히 견조하다(spending is firming, although the labor market has been weakening)"는 언급이 고작이다.
1%까지 낮아져 있는 연방기금금리를 더 낮춘다고 해서 당장 노동시장이 좋아지기 힘들다는 통화정책상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지난 9일 열린 우리나라의 금통위에서도 발견된다. 당시 한은 총재는 "금리 인하가 설비투자와 소비를 촉진시키는 힘이 과거에 비해 낮아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총재는 "현재 경기 침체가 통화나 금리 요인보다는 노사 분규나 경제외적 지정학적 요인, 정치적 문제 등이라고 보기 때문에 경제쪽에서 할 수 있는 정책으로 치유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한 바 있다.
미국이나 국내에서나 통화정책이 "긴축"쪽으로 돌아서는 것은 먼 훗날의 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추가적인 "완화" 역시 쉽지 않은 일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국내 금리는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불과 며칠 사이 국고3년 지표금리는 4.25%까지 내려왔다. 콜금리 타깃과의 거리는 불과 50bp 수준이다. 이처럼 통화정책상 한계가 보이는 상황에서 콜금리와 지표금리가 좁아지는 현상도 어느 수준에서는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원론적인 얘기다.
수급이나 펀더멘탈 상으로 추가적인 모멘텀이 나와주지 않는다고 본다면 금리가 더 내려갈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든 상황인 만큼 딜링세력은 몰라도 투자계정 등에서는 얼마나 적극적으로 채권 매수에 나설 수 있을 지 미지수다.
다만 시장에서 힘들게 느끼는 부분은 금리가 하락하는 쪽이 막힌다고 해서 당장 금리가 올라간다고는 말할 수 없다는 점일 것이다.
한편 FOMC의 "뻔한" 결과에 미국 주식시장은 랠리로 화답했고, 국채수익률은 소폭 상승했다. 미국에서 급등세를 보였던 주식시장 분위기가 국내로 이어질 수 있을 지가 관심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