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4.09.12 05:00:00
추석 연휴에 내국인의 해외여행이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추석 연휴가 주말과 이어지며 5일로 늘어난 데다 19~ 20일 이틀간 휴가를 내면 9일짜리 황금연휴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일본과 동남아 주요 인기 여행지 상품 예약이 거의 동났다고 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추석 연휴 특별 교통대책 기간(13~18일)에 총 120만 4000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루 평균 이용객은 20만 1000명으로 추석 연휴 기간으로는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해외여행 열풍은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이다. 내국인의 해외여행은 소비의 해외 유출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거주자가 해외에 나가 사용한 카드 대금이 104억달러(13조 6000억원)에 달한다. 현금까지 포함하면 해외에서 쓴 외화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우리 경제는 올 들어 수출이 호황을 누리고 있음에도 내수가 극도로 부진해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해외 소비 급증은 내수 부진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외여행을 자제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때문에 외국인의 국내여행을 활성화해 구멍난 소비를 메꿔 나가야 한다. 하지만 외국인의 국내여행은 지지부진하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770만 명으로 내국인 해외여행객(1402만명)의 절반에 불과하다. 그 결과 여행수지 적자가 올 상반기에만 64억 8000만달러로 2018년(78억 3000만달러) 이후 6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은 2000년 이후 24년째 여행적자국의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행수지 적자가 되풀이되는 것은 국내 관광산업의 경쟁력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빼어난 자연 경관과 잘 갖춰진 교통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숙박료와 음식값 등이 터무니없이 비싼 데다 성수기에는 바가지요금도 극성이다. 관광산업에 대한 정부의 인식과 대응도 안이하다. 관광산업을 놀고 마시는 향락산업이 아니라 일자리 창출력이 제조업을 앞서는 고부가가치형 미래 전략산업으로 봐야 한다. 단발성 대책이 아니라 중장기적 관점에서 낙후된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