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작가로 15년…이젠 하늘에서 러브콜 보내죠"
by김현식 기자
2024.08.28 05:00:00
15주년 뮤지컬 '영웅' 한아름 작가 인터뷰
올해 서울·부산·울산 등지서 15주년 기념 공연
"폭넓은 관객층에 사랑받는 공연돼 뿌듯"
관객 성원 보답 위해 대본집 925부 기부
"역사 주제 작품 꾸준히 집필하는 작가 될 것"
| 뮤지컬 ‘영웅’의 한아름 작가(사진=손홍주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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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폭넓은 관객에게 사랑받는 작품으로 거듭난 ‘영웅’이 전 국민이 보는 그날까지 이어졌으면 합니다.”
15주년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뮤지컬 ‘영웅’의 극본을 쓴 한아름(47) 작가의 말이다. ‘영웅’은 1909년 나라의 주권을 지키기 위해 힘썼던 이들의 숭고한 여정을 주제로 다룬 작품이다. 안중근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2009년 제작된 이 작품은 지난해 누적 관객 100만 돌파라는 기념비적인 이정표를 세웠다. 올해는 15주년 기념 공연으로 관객과 만나는 중이다. 6월 2일부터 8월 18일까지 두 달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친 서울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으며 현재 수원, 부산, 울산으로 이어지는 지방 공연을 전개하고 있다.
서울 대학로에서 가진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한 작가는 “‘영웅’은 32세로 짧은 생을 마감한 안중근 의사의 서거 당시보다 제 나이가 더 어릴 때 집필하기 시작한 작품”이라며 “어느덧 제가 안중근 의사보다 나이가 많아진 채로 15주년을 맞게 돼 기분이 묘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해를 거듭할수록 관객층이 넓어지고 있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 이젠 어디를 가든 ‘영웅 작가’로 불리는 삶이 익숙해졌다”며 미소 지었다.
한 작가는 하얼빈역, 블라디보스토크, 뤼순 감옥 등지를 현장 답사하는 과정을 거쳐 ‘영웅’ 극본을 완성했다. 그는 집필 당시를 돌아보며 “독립운동가들이 억울한 상황에 놓여 고통받는 모습으로만 그려지는 데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며 “독립운동가들이 체계적인 준비 과정을 거쳐 멋지게 싸우는 모습을 중점적으로 담아내 관객이 조국에 대한 자부심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명성황후의 시해 당시 참상을 목격한 궁녀라는 설정의 정보원 설희, 중국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안중근 의사를 돕는 왕웨이 등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켜 극적 재미와 의미를 더하는 일도 중요시한 지점이다. 한 작가는 “역사를 심하게 왜곡하지 않은 선에서 흥미 요소를 더하고자 했고, 시대적 타당성을 충분히 고려해 실제 존재했을 법한 캐릭터를 탄생시켰다”고 설명했다.
오랜 시간 사랑받고 있는 넘버들의 가사 또한 한 작가가 직접 썼다. 그는 작업 당시 고충이 많았던 넘버로 ‘나라를 위해 싸운 이들을 벌할 자 누구인가’라고 외치며 이토 히로부미를 죽인 15가지 이유를 읊는 ‘누가 죄인인가’를 꼽았다. 한 작가는 “현장 답사 때 떠오른 생각으로 작업한 가사”라면서 “재판을 관통하는 핵심 단어를 찾는 과정이 쉽지 않아서 정말 많이 쓰고 고친 끝 완성한 넘버라 애착이 크다”고 밝혔다.
한 작가는 ‘영웅’ 15주년을 맞아 관객 성원에 보답하고자 대본집 925부를 관객에게 기부하는 뜻깊은 나눔을 펼쳤다. 약 1000만원 상당이다. 그는 “지난해 처음으로 대본집을 발간했을 당시 ‘수익금을 기부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게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 뮤지컬 ‘영웅’의 한아름 작가(사진=손홍주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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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으로 초등학교 5학년생이 된 딸과 ‘영웅’을 동반 관람한 일 또한 뿌듯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그는 “딸이 엄마가 작가라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됐다. 뮤지컬을 본 이후 딸이 저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며 “무엇보다 ‘나도 나라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는 딸의 감상평에 감동을 받았다”며 “앞으로 더 많은 청소년이 ‘영웅’을 관람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국립 파리 제8대학에서 공연예술학 연극 전공 학·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2004년 데뷔한 한 작가는 그간 ‘영웅’뿐만 아니라 ‘윤동주, 달을 쏘다’, ‘만덕’, ‘무령대왕’, ‘왕세자 실종사건’ 등 다수의 역사 주제 뮤지컬 극본을 집필했다. 한 작가는 “하늘에 계신 선생님들께 제가 ‘항일 작가’이자 ‘역사 작가’로 소문이 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역사물 의뢰가 자주 들어온다. 역사물 러브콜은 최대한 수락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라며 “매년 한 편 이상의 신작을 선보이는 작가를 목표로 부지런히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