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품시장 규제지수' OECD 20위…주요국 평균 첫 달성

by이지은 기자
2024.07.11 05:37:07

OECD '2023년 상품시장 규제지수 평과 결과' 발표
한국 1.35점…OECD 38개국 평균 1.34점에 근접
규제영향평가 3위 '최고'…공공입찰·소매가격 지적도

[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우리나라의 상품시장 규제 강도가 역대 처음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까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OECD 상품시장규제지수(PMR) 기준 회원국 38개국 중 20위로 집계돼 역대 최고 순위에 올랐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10일 OECD가 발표한 2023년 PMR 평가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PMR 점수는 1.35로 OECD 38개국 중 20위를 차지했다. 1998년 지표 작성을 시작한 이래 사상 최고 성적으로, 가장 최근 발표였던 2018년(33위·38개국)과 비교하면 13계단이나 뛰어오른 것이다. 역대 처음으로 OECD 회원국 평균 점수(1.34)와도 근접한 수준을 달성했다. 중국, 브라질 등 OECD 비회원국 9곳을 포함한 PMR 전체 통계로는 47개국 중 22위에 해당했다.

PMR은 OECD가 개별국가의 상품시장 규제 정책을 진단하고 시간 경과에 따른 개혁 진행과정을 추적하기 위해 고안한 정량지표다. 1998년부터 5년마다 OECD 회원국과 기타 주요 비회원국들을 대상으로 2대 분야·6개 부문·15개 세부항목에 대해 평가해 점수를 산출하고 있다. 0점은 규제가 없는 상태이며 6점은 규제가 가장 강한 상태로, 점수가 높거나 순위가 낮을수록 규제 강도가 강한 것을 의미한다.

‘규제 영향 평가’ 부문은 3위로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경쟁에 대한 영향 평가’(1위) △‘이해관계자 참여’(3위) △‘청탁 규제 선진성’(8위) 등 관련 세부항목에서도 모두 호성적을 거뒀다.



‘행정·규제 부담’ 부문은 자격·허가 절차(28위)가 강하다고 평가됐으나 ‘규제 소통·간소화 절차’(1위)와 ‘기업 행정부담’(5위), ‘자영업 행정부담’(10위)에서 양호한 환경을 가진 것으로 진단돼 14위를 차지했다. ‘정부 소유에 의한 왜곡’(15위) 부문에서도 ‘공기업 범위’(11위)와 ‘공기업 지배구조’(19위)에서 OECD 평균보다 약한 규제 수준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업활동 개입’(36위)과 ‘무역·투자 장벽’(36위) 부문은 모두 하위권에 머물렀다. 비관세 무역장벽(1위)을 제외하면 △소매가격 통제(36위) △네트워크 분야 정부개입(37위) △공공조달 접근성(30위) △관세장벽(37위) △외국인 직접투자(FDI) 장벽(30위) 등 대다수 세부항목에서 강한 규제수준을 가진 것으로 평가됐다.

OECD는 한국의 에너지·교통·통신 분야에서 과도한 규제를 지적하며 “공공입찰 개선 시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하고 소매가격 규제도 감축할 여지가 있다”고 제언했다. 자격·허가 규제 분야에 대해서는 “일몰제를 도입하고 등록제로 전환해 정부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교적 우수하게 평가했던 로비 규제에 대해서도 로비스트 등록제 도입과 함께 제재 조항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기업활동 개입 부문은 공공성이 큰 전기·통신에서 정부의 개입이, 무역·투자장벽 부문은 농업 분야의 높은 실효 관세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평가 결과 중 미흡했던 부문을 포함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핵심 규제들을 개선해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