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 국회의장의 저출생 대응 개헌 제안...귀 기울여 보자

by논설 위원
2024.07.05 05:00:00

오늘날 대한민국의 최대 현안이자 난제는 저출생이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 수인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2명이었다. 올해 0.68명, 내년 0.65명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통계청은 예상한다. 현재 5100만 명대인 총인구는 20년 뒤에 5000만 명 미만으로, 50년 뒤에는 3000만 명대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합계출산율이 1.1명 전후였던 200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20년간 정부가 300조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하며 갖은 대책을 내놓았지만 만약이 무효였다.

정계 원로인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효과적인 저출생 대응을 위한 헌법 개정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김 전 의장은 “10장 130조로 끝나는 헌법의 마지막에 저출생 관련 조항을 넣자”고 말했다. 지속가능한 인구 정책에 관한 11장을 추가하자는 것이다. 거기에 ‘국가는 국민의 임신·출산 및 양육을 지원할 의무를 진다’는 내용의 131조와 보육·교육·주택에 관한 국가의 의무를 규정한 132조를 두자는 구체적 설명도 덧붙였다. 이에 “헌법에 그런 것까지 넣어야 하나?”라고 의문을 제기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출생이 초래하는 인구 축소가 국가와 사회 전반에 몰고올 위기의 심각성을 고려한다면 가볍게 일축할 수 없다.



김 전 의장 제안의 취지는 저출생 대응 정책의 지속성을 확보하자는 데 있다. 그는 “대통령 5년 단임제에선 어떤 정책을 내놔도 그다음 대통령이 안 해버리면 그만”이라며 “다음 대통령이 안 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나타난 장기적·구조적인 문제가 저출생이라는 점에서 볼 때 수긍이 간다. 저출생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정권이 바뀌어도 훼손되지 않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저출생 대응 정책을 새롭게 가다듬어 내놓았다. 신혼·출산·다자녀 가구 주택 공급과 결혼·출산 인센티브 신설·확대가 핵심이다. 부총리급 저출생대응기획부도 신설하겠다고 하니 역대 정부 이상의 의지가 엿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김 전 의장의 제안은 저출생 대응에 초당적 협치가 필요함을 부각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