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대위 들어서나…여권 권력 지형 재편 예고
by이도영 기자
2024.04.11 02:26:07
윤재옥 체제서 의총 소집해 새 지도부 논의
與 비대위 잔혹사…당내 ‘리더십’ 인물도 부재
[이데일리 이도영 김기덕 기자]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대패하면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고 새 지도부가 들어서는 등 여권 내 권력 지형이 재편될 전망이다. 곧바로 전당대회를 치르는 방안도 있지만, 당 내부에선 4년 전 총선 참패 후 들어섰던 ‘김종인 체제’를 예시로, 당 분위기를 수습하고 전당대회를 차분히 준비하는 비상대책위원회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에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방송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하던 중 관계자에게 일정을 전달받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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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여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조만간 의원총회를 소집해 새 지도체제에 대해 논의한다. 국민의힘 당헌 96조에는 ‘당 대표 권한대행이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한 위원장이 물러나면 윤재옥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아 의총에서 전체 뜻을 모아 총선 패배를 수습할 지도부를 어떻게 꾸릴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윤재옥 원내대표 체제에서 전당대회 열어 당 대표를 선출하는 방법도 있지만, 당내에선 당분간은 비대위 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에 과반 의석을 내준 4년 전에도 황교안 지도부가 총사퇴한 후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가 들어섰다. 이후 당명을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변경하고 호남에 공을 들이는 서진(西進) 정책으로 쇄신에 박차를 가했다.
당시 통합당은 2020년 8월 말까지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당헌·당규를 수정하면서 김종인 비대위 임기를 연장했고, 2021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면서 당이 침체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고 정권 교체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민의힘은 이후 지도 체제를 전환해 전당대회를 열었고, 이준석 대표가 당선되며 헌정사 첫 30대 당 대표가 탄생했다.
이미 국민의힘이 한동훈 비대위 체제지만, 또다시 당내에서 비대위가 거론되는 이유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선거에서 지면 비대위로 가는 것이지 뭘 잘했다고 전당대회를 치르느냐”며 “새로운 비대위에서 준비해 전당대회를 열겠지만,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비대위 카드가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은 최근 10년간 전신 정당을 거치면서 8번의 비대위를 출범시킨 바 있다. 2014년 이완구 비대위를 시작으로 2016년 김희옥 비대위, 2016년 인명진 비대위, 2018년 김병준 비대위, 2020년 김종인 비대위, 2022년 주호영·정진석 비대위, 2023년 한동훈 비대위 등이다.
이준석 대표의 빈자리를 메우는 전당대회를 치르기 위한 주호영·정진석 비대위와 김종인 비대위를 제외하곤 모두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평가받는다.
당내 인물 부재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미 여러 차례 비대위를 거치면서 ‘신선함’을 강점으로 내세울 비대위원장 후보군도 없는 데다가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출범한 박근혜 비대위처럼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당을 끌고 갈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이 다시 영남당 이미지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선 수도권 비대위를 띄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총선에서 역할론이 제기된 유승민 전 의원이 등판하는 방법도 있지만, 가뜩이나 당 내부에 세력이 미약한 데다가 ‘친유승민’으로 평가받는 유경준 경기 화성정 후보 등이 낙선하면서 원내에서 ‘유승민 비대위’를 주장할 만한 인사가 없는 상황이다.
결국 여권 일각에선 혼란스러운 상황을 수습할 ‘관리형’ 비대위를 띄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민주당보다 강성으로 평가받는 조국혁신당이 선전한 데다가 의석수 차이로 이미 ‘힘 싸움’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강경파보단 당 분열이 일어나지 않게 막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당 내부에선 영남 6선인 주호영 의원이 하마에 오르고 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김종인 비대위 등이 나름 선방을 했지만, 현재는 마땅한 적임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며 “앞으로 당내에서 다양한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