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은행 신입행원 '여성>남성'
by정두리 기자
2024.04.03 05:00:00
지난해 여성 채용 비중 50.2%…4년만에 역전
농협銀 56.6% 가장 높아…채용규모 가장 많아
신한銀 39%로 최저…인뱅도 남성 비율이 우세
“여성 관리자급 인재 늘리는 과감한 정책 필요”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5대 시중은행에서 지난해 전체 신규 채용 인원 가운데 여성 비율이 남성을 역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4년 만에 여성 비율이 50%를 넘은 것이다. 유리천장(glass ceiling)이 두터운 업권으로 평가받아왔던 은행권이 앞으로 직원의 남녀 성비 균형을 맞추는 기조를 보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이데일리가 은행연합회에 공시한 5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정규직 신규 채용은 1956명이다. 이 중 여성 직원은 982명으로 전체 채용 인원의 50.2%를 차지했다.
5대은행의 신규 채용에서 여성이 남성을 앞선 것은 4년 만이다. 은행들은 지난 2018년 10월 금융감독원이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 중 경영공시 서식을 개정함에 따라 2019년부터 여성 직원 신규 채용 현황과 임직원 성별 인원수를 공시하도록 했다. 당시 금감원이 은행권 채용 비리 검사와 이후 이뤄진 검찰 수사를 통해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남성 우대 채용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둔 것이다.
이에 따라 5대은행의 신규 채용에서 여성 비율은 2017년 45.04%에 그쳤으나 2018년 52.58%까지 급증했다. 이어 2019년 50.32%로 줄었고, 3년간(2020년 48.4%, 2021년 47.3%, 2022년 46.8%) 40%대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다시 50%를 넘어섰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신규 채용에서 여성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농협은행(56.6%)이었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총 650명 채용했고 이 중 여성 직원을 368명 선발했다. 전년(48,4%) 대비 5대 은행에서 상승폭(6.2%포인트)도 가장 컸고 채용 규모도 가장 많은 수준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성별 관계없이 채용 프로세스 점수대로 진행한 결과”라면서 “성별에 따라 우대하는 기조 없이 평등하게 기회를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나은행이 지난해 채용인원 311명 가운데 169명의 여성 직원을 선발, 54%를 기록했다. 하나은행은 전년(60%)에는 5대은행 가운데 가장 여성 비율이 높았으나 올해는 6%포인트 줄었다. 국민은행은 채용인원 254명 가운데 52%에 해당하는 132명의 여성 직원을 뽑았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채용인원 343명 중 45.8%(157명)가 여성 직원이었다. 여성 신입 직원 비율은 50% 미만이었으나 전년(37.6%) 대비로는 여성 직원이 가장 크게 늘었다. 신한은행은 5대 은행 가운데 여성 신입 직원의 채용 비율이 가장 낮았다. 지난해 398명을 뽑은 가운데 여성 인원은 39%(156명)에 그쳤다.
인터넷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채용시장에서 남성 비율이 전체적으로 높았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212명 중 42.92%(91명)을 여성으로 채용했다. 이어 케이뱅크(91명 중 38.46%(35명), 토스뱅크(135명 31.85%(43명)) 순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은행 한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은 IT 개발 인력이 전체의 40%~50% 수준으로 개발 직무 특성상 남성 인력이 많다”며 “여성 관리자 수를 꾸준히 늘려가는 등 성별 다양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2018~2019년대 금융권 내에서 여성을 차별하는 채용 관행이 드러나면서 은행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됐고 최근 남녀 성비가 균형을 갖춰가는 것은 전향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며 “민간 기업에서는 여전히 경영진 다수가 남성이다 보니 여성 관리자급이 적은 상황이다. 여성 인재를 크게 늘리는 과감한 정책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