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심장]사랑은 받은 것을 되돌려 나누는 것

by이순용 기자
2024.03.04 06:37:45

부천세종병원 소아청소년과 진료부장

[부천세종병원 소아청소년과 진료부장]지난 1990년대 중반의 일화를 소개하려한다. 국내 소아심장 수술은 1977년 이전에는 전국민 보험이 시행되기 전이어서 고가의 수술 비용 부담이 있었고 수술 성적 역시 선진국 수준은 못미치는 실정이어서 많은 선천성심장병 환자들이 자선기관을 통해 미국에서 수술 받았었다.

그러나 국민 보험이 적용되고 한국심장재단과 같은 자선단체의 수술비 지원이 시작되고 아울러 국내 병원들의 무료수술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로 1980년 대 후반에는 국내 심장수술건수가 한 해에 4,000명 이상으로 급격히 증가했고 수술 성적 역시 좋아져서 외국으로 나가 수술 받는 경우는 드물어졌다.

부천세종병원 소아청소년과 진료부장
아울러 당시의 국내 경제 사정도 많이 좋아져서 1990년 지나면서는 어느덧 우리가 받는 입장에서 나누어줄 수 있는 위치가 되었다. 과거 미국의 도움으로 우리 환자들이 심장수술을 받은 것처럼 이제는 우리가 외국의 심장환자들을 수술해줄 수 있는 위치가 된 것이다.

특히 심장병전문병원인 세종병원이 이런 자각을 빨리해 외국의 선천성심장병 환자들을 무료로 국내로 데려와 수술받게하는 사업을 시작하였다. 그 첫번째 대상이 우리와 같은 민족인 조선족이 사는 중국의 연변이었다. 세종병원과 국내의 자선단체가 동행하여 방문한 연변에서 3일간의 진료를 통해 100명 이상의 많은 심장환자들이 진단되었는데 문제는 이번 사업의 예산이 한정적이어서 그들 중 30명만 대상자로 선별하는 일이었다.

이 과정의 고통이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피를 말리는 작업이었다. 우선 순위는 첫째로 수술로 치료 가능한 상태이어야만 하고 두번째 순위는 이번 시기를 놓치면 폐동맥고혈압 등의 합병증 지속으로 아이젠멩거 증후군이라는 수술 불가능한 상태로 악화될 수 있는 어린 환자들을 우선으로 하여 어렵게 30명을 결정했다.



그런데 문제는 대상에서 탈락한 한 환자의 엄마가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에 찾아와 울면서 하소연하였고 이에 우리의 사정을 이야기하며 다음 기회를 보자고 설득했지만 밤이 샐 정도까지 울다가 실신하실 정도까지 되어 긴급회의를 열어 이 환자에 대해 논의했다.

환자는 11살로 진단은 단심실에 폐동맥협착이 심해 저산소증으로 청색증이 심했고 돌 전에 수술 치료를 받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이제는 활동도 거의 못하고 집에서만 지내고 있는 상태였다. 지금 수술을 한다면 위험성도 높았고 만약 잘못될 경우 외교적인 문제 발생 여부도 고려해 봐야 했으며 더욱이 이 환자를 위한 예산 마련도 문제였다. 장시간의 논의 끝에 위험한 상태이지만 수술로 저산소증을 호전시킬 방법이 있었고 예산은 필자가 다니는 성당에서 모금해 마련해 보기로 하고 최종 대상자에 포함시켰다.

다행히 30명의 환자는 수술이 잘되어 새생명을 찾는 기쁨이 있었고 엄마의 지극한 하소연으로 대상자에 포함된 환아는 충분한 모금액으로 수술 받을 수 있었고 수술 후 산소포화도가 많이 호전돼 활동량도 좋아져서 연변에서 학교를 다니게 되었으며 황해도가 고향이신 성당주임신부님의 특별한 선물도 받고 돌아가 장래희망인 화가의 꿈을 키우고 있다고 전해들었다.

이러한 사랑 나눔은 30여년 이어져오면서 부천세종병원에서만 어느새 1,700여명의 해외 선천성심장병 환자가 새 생명을 찾는 쾌거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사랑은 받은 것을 되돌려 나눌 수 있을 때 그 가치가 있음을 깨닫는 아름답고 좋은 경험이 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