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도 수산물값은 안 올라…후쿠시마 오염수 탓?

by김미영 기자
2023.07.26 06:30:00

폭우·폭염 등에 ‘가격비상’ 농축산물과 달라
갈치·전복 등 작년 이맘때보다 ‘저렴’
계절적 경향·어획량에 ‘후쿠시마오염수’ 영향
소비위축에 정부도 할인 지원…“8월 일시적 급락 우려도”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올해 폭우·폭염의 직격탄을 맞은 농·축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지만 수산물 가격은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통상 기온과 습도가 높은 여름철엔 식중독 등의 우려로 수산물 소비를 줄이는 경향이 있지만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여파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2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국산 갈치(냉장)의 소매가격은 이날 기준 1마리당 5654원으로, 한 달전(6559원)보다 1000원가량 내렸다. 연근해(신선 냉장) 물오징어의 마리당 소매가격도 같은 기간 절반 이상 낮아진 3711원으로 나타났다.

aT에서 도매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수산물 품목 11개 가운데 지난해 이맘때보다 가격이 저렴해진 품목은 갈치(냉동)를 비롯해 △명태(냉동) △건미역 △전복 △새우 등 5개 품목이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갈치 1㎏(냉동)의 도매가격은 이날 기준 1만775원으로 1년 전(1만4700원)보다 26.7% 내렸다. 명태 20㎏(냉동)는 4만9600원으로 같은 기간 9.2% 값이 내렸다. 전복 1㎏은 30420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하면 18.2% 저렴해졌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고등어와 물오징어, 건멸치 등 1년 전보다 도매가가 오른 품목이 있다”면서도 “수산물 가격은 전체적으로 1년 전과 비슷하거나 조금 내려갔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하락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수산물이 ‘고물가 태풍’ 영향권에서 비켜나 있는 데엔 여러 이유가 있다.



수산물을 기피하는 계절적 영향 뿐만 아니라 어획량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유통업계의 설명이다. 여기에 올해엔 특별히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이 수산물 가격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아직 본격적인 방류가 이뤄지지 않은데다, 일본은 물론 우리 정부도 안전을 강조하고 있지만 수산물 소비 위축이 일어나면서 가격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서울의 최대 수산시장인 노랑진시장의 시민대책위 관계자는 “여름철엔 본래 장사가 잘 안되는데 올해는 진짜 안된다”며 “오염수를 아직 방류하지 않았고 우리나라 앞바다에 올 때까진 시간이 한참 걸린다는데도 사람들은 찝찝하다고들 한다”고 토로했다.

어업인, 수산업 종사자들의 생계위협 호소 속에 정부가 소비 촉진을 위해 ‘대한민국 수산대전 행사’ 지원금을 투입한 것도 수산물가격에 영향을 주는 한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수산물 소비를 지원하기 위한 상생할인 사업에 640억원을 편성했다. 지난해보다 약 2배 많은 금액이다.

유통업계는 다음달에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단행하면 수산물가격이 요동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수산물 매출은 아직까지 지난해 수준”이라며 “예고대로 일본 정부가 다음달에 오염수를 방류한다면 수산물가격은 일시적으로 급락할 수도 있다”고 봤다.

지난 4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내부. 손님이 없어 썰렁한 모습이다.(사진=이데일리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