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의 IT세상]거대한 AI 생태계, 어디까지 아십니까

by송길호 기자
2022.07.28 06:15:00

[김지현 IT칼럼니스트] 인공지능이 일반 대중에게 훅 다가온 것은 2016년 3월에 한국에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 덕분이다. 경우의 수가 워낙 많아 컴퓨팅 기술로는 도저히 인간의 두뇌를 따라올 수 없으리라 여겨졌던 바둑 대결에서 인공지능 알파고가 4승1패로 압승하면서 인공지능의 위력과 무서움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 이후 알파고는 한 번도 진적이 없고 그 인공지능은 바둑을 넘어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그런 인공지능이 우리 사회와 산업에 놀랄만한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은 맞는데 이 인공지능 덕분에 어떤 기업들이 돈을 벌고 있는 것일까? AI가 사회와 산업에 기여한 만큼 그로 인한 보상은 어떤 기업들이 가져가고 있는 것일까.

2000년대 한창 한국에 컴퓨터 열풍이 불어 각 가정마다 한 대씩 컴퓨터를 들여 놓을 때 삼성전자, LG전자 그리고 현주컴퓨터, 삼보컴퓨터 등의 컴퓨터 제조업체가 큰 돈을 벌며 한마디로 대박을 친 것처럼 생각하지만 이들 못지 않게 용산에서 컴퓨터 부품을 수입한 업체들도 큰 수익을 거두었다. 그 외에도 이들 모든 컴퓨터에 필요한 핵심 부품인 CPU, 메모리, 그래픽 카드 칩셋, 하드디스크 등의 부품을 만들던 제조업체도 크게 이익을 보았다. 그리고, 컴퓨터를 구매하고 부품을 사려고 용산에 들른 사람들과 가게를 대상으로 장사를 하던 음식점들도 쏠쏠한 이익을 거두었다. 사실 컴퓨터 열풍이 사그라든 이후 여전히 지속 생존하고 있는 기업은 현주컴퓨터나 삼보컴퓨터가 아니라 인텔과 MS 그리고 용산의 컴퓨터 부품 판매업체 그리고 음식점들이다. 이렇게 인공지능 역시 알파고 등으로 주목받은 구글이나 IBM 왓슨, 테슬라의 자율주행 AI처럼 주목받은 기업들 외에도 AI에 기대어 성과를 거두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AI는 크게 2개 Front AI, Industrial AI로 구분되며 전자는 AI Assistant로 일반 사용자들이 일상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해 생활의 편의를 제공하는 것을 일컫는다. 아마존의 알렉사, 구글의 구글 어시스턴트, 애플의 시리 그리고 국내의 SKT의 누구, 카카오 AI와 네이버 클로바, 삼성전자 빅스비 등이 그것이다. 반면 Industrial AI는 기업의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데 사용되는 솔루션으로서의 AI로 산업 영역과 비즈니스 유형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기업들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Front AI는 기존의 검색, 메신저, SNS처럼 무료로 사용자에게 제공해 플랫폼 지배력을 확보하게 되면 이를 기반으로 기업 대상의 마케팅이나 AI assistant를 고객 상담 등의 기업용 서비스 솔루션으로 제공하는 수익 모델을 가져갈 수 있다. 실제 알렉사가 가장 진일보한 AI Assistant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다. 알렉사에 기업 서비스를 입점시켜 등록하고 운영하는데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고 알렉사의 여러 기능들을 B2B로 제공하는 다양한 BM을 갖추고 있다. 또한, 알렉사를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의 가전기기나 자동차 등에 탑재하고 제조사에게 이에 대한 솔루션 제공비를 받는 수익모델도 가져가며 다양하게 사업 모델을 확대하고 있다.



Industrial AI는 이보다 더 다양한 수익 기회가 있고 여러 기업들이 AI 비즈니스의 밸류체인에 포진해 있다. 우선 가장 밸류체인의 아래에 있는 기업이 nVidia처럼 AI를 가동하는데 필요로 하는 컴퓨팅 리소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AI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알고리즘도 중요하지만 막강한 컴퓨팅 파워가 핵심이다. 그런 컴퓨터 리소스를 제공하는데 있어 고성능의 프로세서와 엔진을 필요로 한다. 그것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nVidia와 인텔, AMD 등이 있으며 보다 특화된 AI 칩셋과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구글, 아마존 그리고 테슬라 등이 뒤를 잇고 있다. 특히 테슬라도 그간 자체적인 자율주행차를 위해 AI를 내재화해서 고도화해왔는데 이렇게 개발한 AI 알고리즘과 이의 운영을 위한 슈퍼컴퓨터 Dojo를 외부 업체에 유료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어 향후 테슬라의 주요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마치 아마존이 쇼핑몰 사업을 위해 개발한 내부 인프라와 시스템을 AWS라는 클라우드로 사업화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또한, 각각의 비즈니스 문제 해결에 특화된 AI 솔루션은 범용적일 수 없기에 그런 특화된 AI를 제공하는 기업들도 산업 영역별, 비즈니스 기능별로 존재한다. 챗봇 등의 고객 상담이나 텔레마케팅에 특화된 AI나 공장 자동화를 넘어 지능화된 제조 공정 최적화에 사용되는 AI, 고객 선호에 맞춘 상품 추천을 하는 AI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AI 개발 업체가 전문성을 가지고 시장 개척 중에 있다. 또한, 그렇게 AI를 개발하는 과정에 핵심적으로 필요한 학습 데이터셋 구축을 위해 데이터 수집과 처리 등을 전문적으로 컨설팅하고 대행해주는 기업들도 주목받으며 성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 과정에서 AI 학습에 핵심이 되는 데이터의 수집을 위해 초기 단계에 필요한 데이터 측정 관련한 전문 기업들의 성장도 주목해야 한다. 특히 자동차를 포함해 각종 사물 인터넷 기기와 공장 내 설비와 장소, 기기의 상태 정보를 파악하기 위한 마이크로컨트롤러(MCU) 장치를 제조, 생산하는 기업들도 숨은 챔피언이다. MCU는 센서와 연결되어 관련 데이터를 측정해 이를 미들웨어나 클라우드에 전송하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이 데이터의 정확하고 안정적 수집이 AI의 성능을 결정한다. 그렇기에 각 기기별, 용도별 MCU를 제조하는 기업들의 성장도 눈부시다.

이렇게 기업의 비즈니스 혁신에 중요한 수단으로서 인공지능의 전체적인 밸류체인 구성이 완성되면서 여러 기업들이 거대한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해가고 있다. 우리 사회 속 어떤 문제를, 기업 내 어떤 과제를 AI로 해결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진실 공방보다 이미 형성된 다양한 AI 전문 솔루션 기업들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