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대출업체마저…가상자산업계 `줄도산` 현실로
by이정훈 기자
2022.07.05 07:26:35
싱가포르에 본사 둔 가상자산대출업체 볼드, 인출중단
한달 안돼 2560억원 `코인런`…채무지불유예 신청 검토
셀시어스·스리애로즈·보이저디지털 등 "비극적 감염"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가격이 급락 이후 뚜렷한 반등세를 보이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이 이탈하자 가상자산 대출업체들의 파산과 인출 중단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추가적인 가상자산 투자 수요 감소로 이어지면서 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4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매체인 CNBC에 따르면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가상자산 대출업체인 볼드(Vauld)는 이날부터 모든 고객들의 코인 거래와 예금은 물론이고 인출까지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다르산 바티자 최고경영자(CEO)는 “시장 여건이 악화하는 와중에서도 우리는 정상적인 영업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힌 지 불과 3주일 만에 나온 조치다.
이날 바티자 CEO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포스트를 통해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코인시장 상황과 핵심 사업 파트너들의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현재 우리 회사도 재무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 같은 조치를 공식 발표했다. 특히 그는 코인시장 급락이 시작됐던 지난달 12일 이후 지금까지 한 달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에만 자사 플랫폼에서 1억9770만달러(원화 약 2560억원)에 이르는 고객 자금이 인출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회사 측은 외부의 재무 및 법률 자문가들과 공동으로 잠재적인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싱가포르 법원에 모라토리엄(채무지불 유예)을 신청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볼드는 한때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투자회사인 코인베이스벤처스와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인 피터 틸이 설립한 발라벤처스로부터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등 업계 내에서도 손꼽히는 유망 업체였다.
올 들어 가상자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투자자들에게 가상자산에 투자하거나 대출해주는 업체들의 경영난이 심화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2분기에 근 11년 만에 최악의 분기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에 볼드에 앞서 코인 대출업체인 셀시어스가 파산보호 신청에 들어갔고, 가상자산 헤지펀드 운용사인 스리애로즈캐피털(3AC)은 지난 1일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또한 스리애로즈캐피털에 6억6000만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대출해줬던 보이저디지털도 자금 압박을 받아 모든 거래를 일시 중단한 상태다.
지금과 같은 가상자산시장 상황이 지속될 경우 투자자들이 시장을 이탈하면서 관련 업체들의 유동성 위기가 더 확산되는 것은 물론이고 가상자산시장 내 투자 수요도 급감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글로벌블록을 이끌고 있는 마커스 소티리우 애널리스트는 “스리애로즈캐피털의 몰락이 다른 가상자산 업체들의 추락을 초래하는 ‘비극적 감염(Tragic Contagion)’을 낳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의 자금 인출 사태로 인해 또다른 업체들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