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롯데렌탈 등 곧 상장 1년…반대매매 위기에 끙끙
by이지현 기자
2022.06.22 06:07:00
[애물단지로 변한 우리사주②]
8월 상장사 대부분 수익률 마이너스
추가담보 제공 등 사내주주 보호 노력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지난해 기업공개(IPO) 공모청약 붐을 타고 수많은 이슈를 낳은 기업들이 곧 상장 1년을 맞는다. 보호예수 1년이 끝나면 차익실현이 가능하지만, 대부분이 공모가를 밑돌고 있어 우리사주를 받은 직원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최근 주가 하락에 하락률이 더 커져 반대매매 대상 가능성까지 커지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공모청약을 진행한 12개사(리츠, 스팩 제외) 중 우리사주를 공모한 곳은 총 7개사다. 이 중 공모가를 웃도는 기업은 플래티어(367000)뿐이다.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12.27%다.
우리사주제도는 직원들이 우리사주조합을 설립해 회사 주식을 취득, 보유하는 제도다. 회사 입장에선 자사주를 보유하도록 장려해 애사심과 주인의식을 높일 수 있고, 근로자들도 회사 가치가 올라가면 그만큼 재산 증식을 기대할 수 있어 회사와 근로자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동안 회사도 우리사주제도를 적극적으로 장려해왔고 직원들도 IPO 붐을 타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최근 주가가 크게 떨어지며 상황이 바뀌었다. 수익률이 공모가를 밑도는 경우가 속출하자 재산 증식의 기회로 삼으려던 사내주주들이 빚더미에 앉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은 코스피 상장을 앞두고 최대 20%까지 우리사주조합의 몫으로 배정해 공모주 청약에 우선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 다만 일반청약과 달리 공모가의 절반이 아닌 100%를 넣어야 하기 때문에 대출을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회사 주거래 은행 또는 한국증권금융에서 저리에 대출이 가능해 직원 입장에서는 종잣돈 없이도 청약을 받을 수 있어 대출 한도까지 돈을 빌려 매수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렇게 빌린 돈은 1년 이내엔 이자만 갚아나가면 되지만, 보호예수기간이 끝날 때 공모가 대비 수익률이 40% 이상 하락하면 상환 압박을 받게 된다. 담보로 잡은 주식 가치가 낮아진 만큼 일정 규모를 갚아야 한다. 만약 일정규모를 갚지 못하면 대출기관은 반대매매(담보 주식 임의 처분)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대출금 변제 충당금으로 사용한다. 만져보지도 못한 주식이 빚으로 변할 수 있는 구조다.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사주 레버리지 효과를 활용해 이자를 제외하고도 수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 우리사주 벼락부자는 자취를 감춘 상태다.
지난해 8월에 상장한 기업 중 공모가 대비 수익률이 가장 낮은 곳은 면역세포치료제 연구개발 전문 기업 바이젠셀(308080)이다. 수익률은 -51.61%(1대 1 무상증자 적용 수익률 환산 적용)로 공모가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바이젠셀 관계자는 “회사 주거래은행을 통해 개별 대출을 받아 우리사주를 매수한 사례로 반대매매 대상이 아니다”면서도 “연구개발 등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장하자마자 게임업계 대장주로 등극한 크래프톤(259960)은 공모주식의 4.1%(35만1525주)를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했다. 수익률은 -46.08%를 기록 중이다. 이미 반대매매 대상에 진입했다. 이에 대해 크래프톤 관계자는 “우리사주의 경우 직원이자 주주여서 일반주주들이 서운해 하지 않을 범위 내에서 사내 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이미 지난 1월에 회사 측에서 담보를 제공해 반대매매가 되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숙취 음료 컨디션으로 유명한 HK이노엔(195940)은 지분 7%를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했지만, 현재 수익률은 -33.47%로 반대매매 대상에 근접한 상태다. 렌트카업계 1등 롯데렌탈(089860)도 우리사주조합이 8.6%를 배정했고 현재수익률은 -37.29%를 기록 중이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보호예수 만기도래까지 아직 두 달 가까이 남은 상황”이라며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지켜보며 대응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HK이노엔은 주가 회복 노력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시장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해 주가 회복 노력을 펼치는 게 우선적일 것”이라며 “신약 케이캡의 글로벌 진출 관련한 호재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우리사주 관련된 우려부분도 충분히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