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수사 핵심 '경제공동체'…대장동에도 적용되나
by하상렬 기자
2021.11.01 07:28:27
김만배·남욱·정영학 '대장동 일당' 구속영장 임박
'뇌물공여약속' 혐의 포함될 듯…배임 적용 쟁점
'신분범' 유동규 혐의 입증 필수…나머지 일당은 공범
배임 적용 여부 따라 檢 수사 진척도 가늠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르면 다음주 초 이른바 ‘대장동 4인방’ 중 구속되지 않은 3명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이들에게 국정농단 수사에서 적용됐던 ‘경제공동체’ 논리가 통용될지 관심이 쏠린다.
|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 소환돼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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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 막판 혐의 다지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검찰은 이르면 다음주 초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휴일인 이날도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과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투자팀장으로 근무했던 정민용 변호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벌이는 등 대장동 개발 사업 수익배분 구조를 재점검했다.
우선 이들의 구속영장 청구서엔 뇌물공여약속 혐의가 적용될 전망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21일 대장동 일당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기소하면서 김씨로부터 대장동 개발 이익 중 70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내용을 공소장에 적었다.
수사진척도에 따라 배임 혐의도 영장 청구서에 담길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김씨와 남 변호사, 정 회계사가 유 전 본부장과 함께 대장동 사업을 민간사업자에게 막대한 수익이 돌아가도록 설계해 성남시에 수천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고 보고 있다.
배임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사무에서 임무를 저버리고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를 말한다. 일종의 ‘신분범’으로, 대장동 의혹의 경우 성남시의 사무를 처리하는 유 전 본부장이 시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위해 대장동 사업을 벌였다는 셈이 된다. 신분범이 주체인 범죄는 공범 관계 성립이 가능하다. 결국 유 전 본부장의 배임 혐의를 전제로 김씨 등 나머지 일당의 배임의 공범이 성립되는 구조인 것이다.
다년간의 특수수사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국정농단에서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엮었던 ‘경제공동체’도 비슷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최씨는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뇌물죄의 주체는 될 수 없지만, 박 전 대통령과 공모했기 때문에 뇌물죄 주체가 될 수 있었다”면서 “김 씨 등은 공범은 가능한데, 주범은 어려워 유 전 본부장과 분리해 배임의 주체가 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배임의 동기를 들여다보는 부분이 수사의 핵심으로 꼽힌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대장동 일당이 민간사업자에게 유리하게끔 수익배분구조를 짰다는 사실관계가 인정되면 배임의 공범이 성립된다”면서도 “유 전 본부장의 배임 혐의 입증을 위해선 ‘범의’가 있어야 한다. 유 전 본부장이 사업 구조 설계 당시 현 상태가 최선이었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하면 고의성이 입증되기 어려워 혐의 적용이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결국 김씨 등의 곧 청구될 구속영장에 배임이 적용됐는지에 따라 검찰의 수사 진척도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한 검찰 출신 법조계 인사는 “영장에 배임이 적용됐을 경우 어느 정도 대장동 의혹 수사의 전반부가 마무리되는 단계로 볼 수 있다”며 “이후 소위 ‘50억 클럽’ 등 뇌물을 받은 사람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자까지 수사가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