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동의 타임머신]11년만 `팬데믹`…신종플루 때 삼성전자는?

by양희동 기자
2020.03.14 07:30:39

2009년 신종플루 韓 확진자 75만·사망자 263명
그해 세계 휴대폰 판매 16%↑..메모리값 2~3배 ↑
삼성전자, 2009년 한해 영업益 전년比 91.9%↑

2009년 한해 분기별 메모리 현물가격 동향.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얼마 전 세계보건기구(WHO)가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A(H1N1·신종플루) 이후 11년 만에 ‘코로나19’에 대해 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인 팬데믹(Pandemic·대유행)을 선언했습니다. 팬데믹 선언 직후 미국과 한국을 비롯해 세계 주요 증시는 하루 10% 가까이 폭락하며,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주가 하락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005930)의 주가는 13일 종가 기준 4만 9950원으로 5만원 선이 무너지며 올 들어 고점(6만 2800원·1월 20일 종가) 대비 20.5%나 급락했습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한국 등 아시아를 거쳐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로 확산되며, 향후 삼성전자의 실적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전 세계 100개국 이상이 한국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에 들어갔고 미국은 유럽에 대한 입국을 금지하는 등 국가 간 무역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시간을 11년 거슬러 올라가 2009년 신종플루 팬데믹 당시와 비교해보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연예인 등 유명인을 비롯해 신종플루 확진자가 75만명에 달했고 사망자도 263명으로 현재까지 나온 코로나19 사망자(67명·13일 0시 기준)보다 4배 가까이 많았습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2008년 말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와 신종플루가 한꺼번에 겹치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인 0.8%에 그쳤습니다.

삼성전자도 글로벌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으며 2008년 4분기 9400억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2000년 이후 유일한 분기 적자입니다. 특히 반도체 사업은 2008년 4분기(6900억원)와 2009년 1분기(6700억원) 등 2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나타냈습니다. 그러나 신종플루의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2009년 2분기의 경우 반도체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전사 영업이익도 2조 52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약 5% 증가하며 실적 개선 흐름을 보였습니다. 또 정부가 신종플루 확산을 ‘심각’ 단계로 격상한 그해 4분기에도 영업이익이 3조 7000억원으로 견조한 실적을 유지했습니다.



반도체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메모리 가격도 2009년 한해 D램은 209%, 낸드플래시는 101% 상승했습니다. 삼성전자의 D램 시장 점유율도 2008년 30.1%에서 2009년엔 34%로 3.9%포인트 늘어났습니다. 이런 메모리 가격 상승세는 아이폰 출시 이후 늘어난 스마트폰 등 휴대전화 수요 증가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전 세계 휴대전화 판매량은 2008년 1억 9600만대에서 2009년 2억 2700만대로 15.8% 증가했습니다.

그 결과 삼성전자의 2009년 한해 실적은 매출 138조 9937억원, 영업이익 11조 5777억원 등으로 전년(매출 121조 2943억원·영업이익 6조 319억원) 대비 각각 14.6%, 91.9% 증가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신종플루로 인한 팬데믹이 겹친 한해였지만 2009년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보급 확산과 메모리 수요 증가로 전년 대비 뚜렷한 실적 개선세를 보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올해도 5세대 이동통신(5G)의 상용화와 폴더블폰 등 스마트폰의 폼팩터(외형) 혁신,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등이 예고돼 있습니다. 비록 신종플루는 ‘타미플루’란 치료약이 존재해 코로나19와 직접 비교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11년 전 팬데믹 상황에서도 삼성전자와 우리나라가 견조한 성장을 이뤄냈던 것처럼 이번에도 분명 위기를 극복할 것입니다.

2008년과 2009년 전 세계 휴대전화 판매량. (자료=삼성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