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송길호 기자
2019.07.29 05:30:00
투자 심의기구 운영 요식행위
“2조 심사 동안 부결 거의 없어”
기관, 투자 실패땐 면피용으로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 “30분정도 PT듣고 OX를 판단할 수 있겠습니까” 공적기금의 한 투자심의위원은 “1∼2시간 회의하면서 수백억 수천억원 규모의 개별 투자물건에 대한 타당성을 판단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토로한다.
연기금 공제회 등 공적 투자기관의 대체투자 관리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 여부를 사실상 결정하는 투자심의위원회 등 각종 심의기구는 형식적인 운영으로 유명무실하고 투자집행 이후 해당 자산에 대한 모니터링은 깜깜이 수준이라는 얘기다.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대체투자를 시작한 A기금 투자심의위원회. 그동안 위원회에 올라온 2조원에 달하는 투자안건 중 부결된 경우는 거의 없다. 한 투심위원은 “실무진이 제안설명 후 의결쪽으로 몰아가면 분위기상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담당 사무관은 “교수 등 위원 들은 일부 특정분야의 전문성만 있을 뿐 투자물건에 대한 종합적 분석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며 “단순히 의견을 구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대체투자 규모 7조원이 넘는 B공제회 투자심의위원회도 마찬가지. 그동안 부결된 투자안건이 단 1건도 없다. 공제회 관계자는 “외부 심사위원들이 투자물건 분석에 한계를 보이니 국민연금 같은 앵커 투자자의 참여여부에만 신경 쓴다”고 말했다.
공적 투자기관은 특정 물건에 대한 제안이 접수되면 실무부서에서 1∼2차례 이상 검증을 거친 후 대체투자자문위원회, 투자심의위원회 등 각종 심의기구에 올려 마지막 스크린 작업을 거치지만 단순 통과의례일 뿐이다.
투자 집행 후 모니터링 단계도 문제다. 대체투자규모 8조원에 달하는 C기관은 국내외 위탁운용 펀드만 107개. 개별 펀드별로 운용내역에 대한 보고는 정기적으로 받지만 전체 투자자산에 대한 종합적 분석은 엄두도 못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