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혁신의 이면]②일부 대형사만 피해액 모두 보상…유사업체 난립에 분쟁 우려↑
by박종오 기자
2019.06.14 06:00:00
요즘 인기 ''기사 딸린 렌터카''…보상기준 마련 시급
승객이 빌린 당사자…대인배상 안될수도
배달대행 단기 노동자 대책도 시급
타다·배달의민족 등 대형사만 자체 보상 강화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택시가 도로를 달리다 기사의 실수로 차량이 전봇대를 들이받아 승객이 숨지는 사고가 났다. 이 경우 승객은 한도 없이 피해액을 보상받는다. 택시 회사나 기사가 공제 조합 또는 민간 보험사에서 가입한 영업용 자동차 보험의 ‘대인 배상’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요즘 인기를 끄는 ‘기사 딸린 렌터카’ 서비스(카니발 등 11인승 이상 승합차와 운전기사를 함께 빌려 타는 것)는 다르다. 승객이 목적지까지 돈을 내고 이동하는 것은 택시와 같다. 하지만 승객은 엄연히 렌터카를 빌린 임차인이기도 하다. 렌터카 보험은 렌터카를 빌린 사람이 사고를 당할 경우 ‘대인 배상’이 아니라 통상 배상 한도가 1인당 1500만원인 ‘자기 신체 사고’ 적용 대상으로 분류한다. 직접 운전하다가 사고 냈으니 타인보다 적은 금액을 보상하는 것이다.
기승도 보험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현행 법규상 렌터카 이용자가 차량을 직접 운전하지 않았더라도 일반 택시 승객처럼 피해를 한도 없이 보상받을 수 있다고 보긴 모호하다”며 “자신이 고용한 기사에게 운행 방향을 지시하는 등 사실상 차량을 운전하는 위치에 가까운 만큼 똑같은 사고라도 택시에 탔을 때보다 배상액이 작아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용자 입장에선 같은 대중교통인데 택시에서 사고를 당하면 한도 없이 수억 원을 보상받고, 새로운 렌트 서비스 차량을 이용할 때는 보상액이 1500만~3000만원 정도로 쪼그라드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 셈이다.
공유 차량의 위험 보장에 허점이 드러난 것은 이뿐만 아니다. 개인이 자기 오토바이로 짬 날 때마다 배달 대행업체로부터 콜을 받아 단기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도 피해 보상의 사각지대에 있다.
현재 배달원이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개인용(가정용) 오토바이 보험에 가입해 배달을 하다가 교통 사고를 내도 피해자에게 최대 1억5000만원(사망 기준)까지는 보험금을 지급한다. 오토바이 운전자의 의무 가입 대상인 ‘책임 보험’(대인 배상Ⅰ)의 보상 규정에 따라서다.
문제는 피해액이 이 한도를 넘어설 때다. 책임 보험의 보장액을 넘어서는 보상을 받으려면 배달용(유상 운송) 오토바이 ‘종합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배달원 자신과 오토바이의 피해를 보상받으려 해도 종합 보험 가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배달용 종합 보험의 보험료가 비싸다 보니 파트타임 배달원이 개인용 보험만 가입한 채 영업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종합 보험 가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보험사도 사고가 잦은 오토바이 배달원의 보험 가입을 꺼린다.
한 손해 보험사 관계자는 “배달 오토바이는 워낙 손해율(계약자에게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 높다 보니 보험사가 운전자 본인의 사고 피해나 차량 손해까지 보장하는 형태의 종합 보험 계약을 받아주기 어렵다”라며 “배달원도 보험료가 가장 싼 개인용 책임 보험만 들고 배달 일을 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전했다.
현재 오토바이 책임 보험의 보험료는 개인용 보험이 연 20만~30만원대, 배달용이 연 80만원대다. 운전자의 사고 건수가 많다면 책임 보험료만 연 200만원을 훌쩍 넘는 일도 있다. 소득이 적은 배달원이 1년에 보험료만 수백만 원을 내야 하는 영업용 종합 보험에 가입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구조다.
물론 이런 위험 보상의 회색지대를 자체적으로 없앤 회사도 있다. 타다, 배민라이더스 등 일부 대형 회사가 대표적이다.
타다는 자체 법률 검토를 거쳐 기사 딸린 렌터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승객의 피해를 한도 없이 보상할 수 있도록 악사손해보험과 보험 계약을 맺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휴대전화 응용 프로그램)인 ‘배달의민족’이 운용하는 배민라이더스도 소속 오토바이 배달원을 DB손해보험의 단체 종합 보험에 가입시킨 상태다.
손해 보험 업계 관계자는 “최근 차차, 파파, 벅시 등 타다와 비슷한 서비스가 우후죽순 등장하는 추세”라며 “승객은 택시와 같은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차량을 이용하지만, 실제 보상액은 이보다 훨씬 적어 앞으로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했다. 대형사보다 자본력이 부족해 보장 수준이 높은 보험을 이용하기 어려운 중소 업체가 난립해 이용자의 피해가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카풀의 경우 현재도 개인용 자동차 보험을 들고 카풀 영업을 하는 운전자가 적지 않아 조만간 보상 문제를 놓고 보험 계약자와 보험사 간 법정 소송 등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보험사는 개인용 차 보험 가입자가 타인에게 돈을 받고 유상 운송을 하면 보험사와의 약속을 어긴 약관상 면책(免責) 사유에 해당해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카풀 업체와 이용자는 생각이 달라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