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상속·연말인사..구광모 '고심'
by김겨레 기자
2018.10.04 04:17:22
LG그룹, 연말 현안 산적
11월 말까지 상속 계획 세워야
사업보고회 첫 주재..임원 인사도
구본준 후임·계열분리도 고민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구광모 ㈜LG 회장이 10월 한 달을 숨가쁘게 보낼 전망이다. 승계와 연말 인사를 위해 다음달까지 해결해야하는 현안이 산적해있어서다.
◇11월 말까지 상속 계획 마련해야..사업보고회도 첫 주재
3일 재계에 따르면 구광모 LG(003550)회장은 11월 말까지 고(故) 구본무 회장의 지분 상속 계획을 세워야하고, 연말 임원 인사를 위한 사업보고회도 처음으로 주재해야한다.
상속·증여세법에 따르면 상속세 납세의무자는 상속개시일(피상속인의 사망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에 상속세의 과세가액 및 과세표준을 세무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LG에 따르면 구본무 회장의 LG 지분 11.28% 가운데 얼마를 구광모 회장이 상속받을지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구광모 회장은 ㈜LG 지분 6.25%를 보유한 2대주주로, 법정상속분인 2.51%만 물려받아도 ㈜LG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다. 이때 부과되는 상속세는 약 2000억원이다. 구 회장은 11월 30일까지 상속 비율을 정하기 위해 상속세 재원 마련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구 회장은 다음달 사업보고회를 주재하기 위해 ‘열공’중이다. 11월 시작해 약 한 달 간 진행하는 LG사업보고회는 계열사 경영진이 올해 실적과 내년 목표 달성 방안을 보고한다. 구 회장은 사업보고회를 연말 임원 인사 평가의 근거 자료로 사용할 예정이다.
구 회장이 사업보고회를 주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각 계열사 성과를 판단하기 위해 사전 준비에 한창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본무 회장은 그룹 최고경영진과 임원을 대상으로 매년 3·5·7·10월 네 차례에 걸쳐 CEO세미나를 진행해왔으나 지난 6월 구 회장 취임 후에는 임원세미나를 계속 열지 않고 경영 구상에 집중하고 있다.
◇연말 구본준 퇴임..후임자·계열분리 고민
구본준 부회장의 거취와 관련해서도 고려해야할 것이 많다. 구본준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빈자리에 누구를 선임할지와 계열분리가 고민이다. 구본준 부회장은 현재 LG전자(066570) 비상근 이사로 조성진 부회장, 정도현 사장과 함께 경영위원회 멤버다. 구 부회장은 LG화학(051910)과 LG스포츠 이사회 멤버이기도 하다.
이 자리를 ㈜LG 대표이사인 권영수 부회장이 모두 겸직하게 되면 권 부회장의 겸직사항이 지나치게 많아진다. 권 부회장은 이미 LG유플러스(032640) 사내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8월 자리를 맞바꾼 하현회 부회장의 겸직 사항까지 권 부회장이 물려받게 되면 권 부회장은 LG하우시스(108670)와 LG상사(001120) 이사회 의장, LG디스플레이(034220)와 LG경영개발원 사내이사직까지 맡아야 하는 상황이다.
나아가 구본준 부회장의 계열분리까지 고려하면 구 회장의 머리속은 더 복잡해진다. 자동차 전장사업의 경우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그룹 핵심 계열사 대부분이 참여하고 있는 그룹의 신성장동력이라 떼어주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재계의 예상이다.
시가총액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이유로 계열 분리 대상으로 거론되는 LG상사와 LG이노텍도 마찬가지다. LG상사는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탓에 지난해 ㈜LG 지주사 체제로 편입됐다. 당시 ㈜LG는 구본준 부회장 등 오너일가로부터 LG상사 지분 24.7%을 매입했는데 올해 다시 구 부회장이 이를 되살 가능성은 낮다.
LG이노텍(011070) 역시 신성장동력인 전장부품(VC)사업을 LG전자와 함께 이끌어가야 한다는 점 분리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계열사다. 또 계열분리를 위해서는 시가총액 뿐만 아니라 경영권 프리미엄과 미래가치 등 산정해야할 요소들이 많다. LG내부에서는 연내 계열분리를 서두르지 말자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