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혁명]②조연에서 주연으로…간편식 진화는 어디까지
by이성기 기자
2018.07.06 05:30:00
프리미엄급·기능성 건강식 제품 등 진화 거듭
연평균 30% 이상 성장률 기록, 업계 ''블루오션''으로
ICT와의 만남, 독립 매장까지 등장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식탁 위 ‘조연’(助演)에서 ‘주연’(主演)으로….
즉석밥의 대명사가 된 ‘햇반’(CJ제일제당)이 등장한 게 지난 1996년. 당시만 해도 햇반은 그저 ‘한끼 때우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20여년이 지난 현재 가짓수가 총 15종으로 늘어난 햇반은 ‘밥솥’의 자리를 위협할 만큼 세력을 키웠다. 지난해 3200억원을 기록한 햇반 매출액은 올해 4000억원 수준까지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시장점유율 1위인 전기밥솥 ‘쿠쿠’의 지난해 매출액(약 4416억원) 턱밑까지 추격해 온 셈이다.
대중화 초기 밥·국·탕 등 한식 메뉴 수준이던 가정간편식(HMR)은 이제 양식, 중식, 한식 일품 요리 등으로 진화를 거듭하면서 가정 내 식탁을 점령하고 있다. 1인 가구·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편의점 도시락이나 가정간편식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고 웬만한 식당 부럽지 않은 맛에, 조리까지 간편해 바야흐로 ‘가정간편식 전성시대’다.
이미 가정간편식은 음식을 소비하는 문화를 바꿔놓고 있다. 집에서 조리해 먹기 부담스러웠던 파스타·피자 등 서양 음식도 간단하게 먹을 수 있게 됐고, 술집에서나 먹던 전문 안주류도 전자레인지만 있으면 거뜬히 조리할 수 있게 됐다.
정체된 시장과 가구 구조 변화 등으로 위기에 직면한 식품업체들은 반조리 간편식과 상온 간편식 등 보다 편리하고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는데 주력하면서 가정간편식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에 따르면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은 지난해 3조원을 돌파하며 연평균 3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식사 대용 차원을 넘어 고령자나 영유아, 다이어터 등을 위한 맞춤형 식품 ‘케어푸드’ (Care Food)도 식품업계에서 ‘블루오션’으로 통한다.
올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맞춤형 식품 5종을 개발한 CJ제일제당은 연내 추가로 9종을 개발해 총 14종의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병원 환자 일반식으로 선보인 후 내년에는 일반 소비자에게도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아워홈도 다이어트족을 위한 슬리밍푸드 ‘언더100’ 시리즈를 출시했고 식품업계 최초로 ‘근감소증 사코페니아’ 전문 연구소를 설립한 매일유업 역시 조만간 첫 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식품 대기업들이 케어푸드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미국·일본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가정간편식의 진화형인 케어푸드가 수십 조원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요리하는 재미까지 살린 ‘밀키트’(반조리 식품)도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제는 가정간편식 전문 매장까지 등장했다. 제품을 사서 그 자리에서 이를 활용한 요리까지 즐기는 신개념 점포다.
최근 CJ제일제당이 서울 쌍림동 본사와 여의도 IFC에 문을 연 플래그십 매장 ‘CJ올리브마켓’이 그 주인공. 자사 제품을 즉석에서 조리해 바로 먹을 수 있는 ‘올리브 델리’와 간편식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올리브 그로서리’ 등 두 구역으로 꾸며졌다.
10여명의 전문 셰프들이 비비고 한식반상 등 대표 제품을 주제로 외식 메뉴 20여종을 개발했으며, 2개월마다 새로운 메뉴를 출시할 예정이다. 큐레이션 시스템을 도입해 제품을 단순히 진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의 특성에 맞는 제품도 추천한다.
특히 특별한 체험을 제공하기 위해 정보통신기술(ICT)도 도입됐다. 증강현실(AR)을 적용한 ‘CJ HMR 월드’ 서비스를 통해 브랜드 스토리를 체험하고 온라인 쇼핑몰 CJ온마트와 연동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CJ제일제당은 오는 2020년까지 간편식 매출을 3조6000억원으로 끌어올리고, 이 중 40%를 글로벌 시장에서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간편식 시장 규모가 올해 4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간편식이 한국인의 식문화를 바꿔놓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