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 덕 칼럼]GM·스타벅스가 만든 일자리 명암

by남궁 덕 기자
2018.05.18 05:00:00

산은, 철수설 한국GM에 8000억 투입
‘밥그릇 지키기’로 위기 자초 노조
공평기회 주며 성장신화 쓰는 스타벅스
일자리 늘리며 ‘굿 컴퍼니’ 입증

[남궁 덕 콘텐츠전략실장] 판매부진과 강성 노조의 무리한 밥그릇 지키기로 생사기로에 섰던 한국GM이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산업은행은 18일 미국 제너널모터스(GM) 본사와 한국GM 경영정상화에 7억5000만 달러(8000억 원)를 출자하는 기본계약을 맺는다. 산은은 ‘뉴머니’를 투입한다. 지분율에 따라 GM(지분율 83%)도 36억 달러(3조9000억 원)를 한국GM에 태운다. 그런데 이 돈 중 28억 달러(3조원)는 대출로, 8억 달러(9000억 원)는 출자전환 조건부 대출이다. 대출금은 이자를 받지만, 출자금은 이익을 내지 못하면 (배당으로) 돌려받을 수 없는 차이가 있다. 한국GM은 적자기업이다. GM의 ‘먹튀’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는 이유다. “이번 협상으로 (GM은) 우리나라에서 단물을 더 빨아먹고, 나중에 튈 때 산업은행이 쏟아 부은 혈세 8000억 원은 노잣돈이 될 것”(지상욱 바른미래당 정책위원장)이란 비판도 나온다.

다시 원점이다. 한국GM은 철수설이 돈 작년에도 성과급과 격려금 1050만원씩을 지급했다. 적자를 낸 상태에서다. 노조가 달라지지 않으면 경영정상화는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다. 지금부터 품질과 생산성을 올려 좋은 차를 만들어야 한다. 이미 군산공장이 멈춰서 2000여명이 길거리에 내몰리게 됐다.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은 것”이라는 그 GM이 한국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사이, 스타벅스는 이 땅에 탄탄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1999년 이화여대 앞에 1호점을 낸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작년 말 기준 매장 수 1141개, 1만3000여명이 근무하는 ‘굿 컴퍼니’로 폭풍 성장했다. 작년 매출은 1조2758억 원에 영업이익 1141억 원이었다. 매장 수는 미국, 중국, 캐나다, 일본에 이어 5위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최근 5년간 고용을 크게 늘렸다. 작년에만 2200명을 채용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고용인원은 4800명으로 300인 이상 전체 기업 중 2위에 올랐다.



이 회사는 젊은이들만 뽑은 게 아니다. 경력이 단절됐던 여성 관리자들을 직장으로 다시 불러들였다. 리턴맘 제도를 통해 100여명이 정규직 시간선택제 부 점장으로 일하고 있다. 리턴맘 바리스타는 주 5일, 하루 4시간씩 근무하면서 상여금, 성과급, 학자금 지원 등 다양한 복리 후생 혜택도 받는다. 스타벅스가 일자리 보고가 된 것은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도 좋은 일자리를 얼마든지 창출할 수 있다는 가설을 입증한 셈이다.

직원들에게 능력을 발휘할 공평한 기회를 주며 일자리를 늘리는 게 굿 컴퍼니다. 어느 나라 기업인지가 판단 잣대가 아니다. 지역, 학교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 ‘우리 기업’이다. 기업 국적은 중요하지 않다. 각국이 외국기업유치에 사활을 거는 까닭이다. 그들이 꾸준히 성장하면서 일자리를 만들고 커뮤니티를 따듯하게 만들어주면 박수를 보낸다. ‘별다방’이 들어서면 동네가 덩달아 뜬다는 기대심리가 확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랑받는 기업의 본사나 매장 중심으로 똘똘한 상권이 생성된다.

두 회사 간 일자리 명암은 서비스업 중심으로 산업체질을 서둘러 바꿔나가야 제조업 위기론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한다. ‘스트롱 코리아’의 일등 공신인 반도체, 철강, 화학 중심 산업구조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게 됐다. 서비스, 레저, 문화산업으로 전환해야 좋은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 관련 법안이 수년째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점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