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12345678910 암시냐 강박이냐…오세열 '무제'

by오현주 기자
2017.03.24 00:10:00

2017년 작
숫자 1부터 10까지 반복해서 그려내
물감 여러겹 쌓은 뒤 긁어내는 방식
단추·천 등으로 포인트…"그저 낙서"

오세열 ‘무제’(사진=학고재갤러리)


[이데일리 오현주 선임기자] 검정판을 하얗게 채운 오세열(72). 세상은 그를 ‘단색화가’로 보고 싶어한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난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며 손사래를 친다.

숫자 1부터 10까지를 반복해서 그리는 화가. 지난 20년간 그랬다. 엄청난 의미가 들은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단다. 그저 낙서란다. 동심의 눈으로 본 세상 바로 그거다.



‘무제’(2017)는 숱한 숫자를 줄 세워 꾸민 동명연작. 마치 분필로 써내려간 듯하지만 거꾸로 긁어낸 것이다. 캔버스에 물감을 여러 겹 쌓은 뒤 면도칼 등으로 상처를 냈다.

화룡점정은 오브제. 단추나 천, 장난감 등을 박아 ‘포인트’를 줬다. 널브러진 숫자에 노란넥타이가 재미있지 않느냐고.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즐거우면 된다고.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암시적 기호학’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혼합매체. 182×227㎝. 작가 소장. 학고재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