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서가]③"아버지 무릎 위에서 배운 바둑, 평생의 벗"

by이재호 기자
2015.12.09 05:01:00

고(故) 박인천 창업주 귀여움 독차지
"진실한 사람이 이긴다" 가르침 실천
짜장면으로 끼니 때우며 바둑 두기도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의 부친인 고(故)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 금호석유화학 제공
[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에게 바둑은 부친과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매개체다.

고(故) 박인천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는 막내 아들인 박 회장을 유독 아꼈다. 박 회장이 바둑을 접한 것도 아버지를 통해서였다.

박 회장은 “어릴 때 아버지께서 종종 ‘막둥아 바둑판 가져와라’라고 하시곤 했다”며 “나를 무릎에 앉힌 채 한 손으로 바둑교본을 들고 가르쳐 주셨다”고 회고했다.

박 회장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은 “박 창업주는 매우 엄했지만 막내 아들은 귀여워했다”며 “형들도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한 박 회장을 매우 부러워했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결혼 후 분가한 이후에도) 아버지께서 자주 부르셨는데 그 때는 대하기가 어려워 자주 찾아 뵙지 않고 불효를 했다”며 “1984년에 돌아가셨으니 벌써 32년이 지난 셈”이라고 안타까운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진실한 사람이 승리한다고 늘 강조하셨다”며 “그동안 아버지가 말씀하신대로 살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부친 덕분에 배운 바둑은 평생의 벗이 됐다.

박 회장의 바둑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기 전 박 회장은 토요일 근무가 끝난 뒤 지인들을 사무실로 불러 바둑을 함께 뒀다.

저녁 식사 시간이 아까워 짜장면을 배달시켜 먹으며 바둑을 두기도 했는데 당시 그룹 사옥은 배달원 출입이 제한됐다. 이 때문에 배달원이 박 회장에게 짜장면을 전달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금호석유화학그룹 관계자는 “보안요원과 비서까지 동원돼 사옥을 돌며 짜장면 주인을 수소문하고 다녔다”며 “설마 오너가 사무실에서 짜장면을 배달시켰을 지는 상상도 못했던 것”이라고 후일담을 들려줬다.

지난 1977년 5월 스위스 융프라우로 여행을 간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왼쪽)과 부친인 고(故) 박인천 창업주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