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문화재독립③] 기껏 환수해도 방치하기 일쑤
by김성곤 기자
2015.08.13 06:17:00
환수예산 연간 21억5000만원에 불과
경매 나와도 예산없어 '그림의 떡'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조사 정규직 3명뿐
사후관리·활용도 부실
85%는 수장고서 긴잠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해외소재 한국문화재의 환수를 주도하는 기관은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다. 이들이 문화재 환수를 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전문인력과 예산이다. 문제는 현재의 인력·예산구조로는 원활한 진행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울러 온통 문화재 환수에만 관심을 가질 뿐 정작 환수 이후의 사후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문화재 환수 관련 예산 연간 21억원
문화재 환수는 협상, 수사공조, 구입, 기증 등 크게 네 가지 방법으로 이뤄진다. 보통은 문화재청이 주도한다. 정부 간 협상은 외교부와 협의를 통해, 수사공조는 대검찰청과의 업무협조를 통해 이뤄진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올 4월 기준으로 해외소재 문화재는 일본·미국·스페인·독일·프랑스 등 10개국에서 9959점을 환수했다. 정부차원에서 협상(3270점), 수사공조(10점), 구입(417점), 기증(5591점)으로 9288점을, 민간차원에서 협상(21점), 구입(247점), 기증(403점)을 통해 671점을 각각 환수했다.
협상이나 수사공조를 통한 환수에는 큰 예산이 들어가지 않지만 현황파악을 위한 실태조사, 반출경위 파악을 위한 출처조사, 유통경로 조사 등에는 상당한 비용이 든다. 국내 문화재 환수 관련 예산은 21억 5000만원 수준. 문화재청이 4억 3000만원,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17억 2000만원이다. 다시 말해 만약 긴급하게 문화재를 매입할 경우 현재의 예산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부득이하게 문화재청의 긴급 매입비나 기업기부금, 민간단체의 후원금, 원소장자가 제공한 재원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최근 돌아온 ‘범어사 칠성도’가 대표적인 사례로 원소장자가 제공한 예산을 활용했다.
문화재 환수와 관련해선 중국 사례를 벤치마킹할 만하다. 중국 역시 20세기를 전후해 열강의 침략을 받으면서 수많은 문화재를 약탈당했다. 중국이 문화재 환수에 쓰는 무기는 막강한 경제력. 해외서 자국 문화재가 경매로 나오기만 하면 무조건 사들인다. 천문학적 금액을 쓴다고 해도 불평하는 관리나 국민은 없다. 오히려 비싼 가격에 팔리면 세계를 상대로 중국 문화재는 위대하다는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여긴다.
◇‘고군분투’ 국외소재문화재단 인력·예산·시설 등 부족
문화재 환수문제를 전담하고 있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어려움은 더욱 크다. 전체 예산 중 인건비와 사무실·임대료 등 경상비가 절반에 육박해 정작 문화재 환수에 쓸 수 있는 예산이 많지 않다. 재단 관계자는 “국민은 소중한 문화재를 왜 빨리 환수해 오지 않느냐고 아우성이지만 현재의 인원과 예산으론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실제 올해 재단의 총 예산 32억 8800만원 중 문화재 환수사업 예산은 52.3%인 17억 2000만원. 국외문화재 보존·활용 지원에 4억원, 환수기반 마련을 위한 국외문화재 문헌조사에 8억 5000만원, 본격적인 환수사업에 4억 7000만원을 책정했다. 이 중 1억 7000만원은 문화재 환수를 위해 활동하는 민간단체에게 국고보조금으로 교부한다.
전문인력 양성도 시급하다. 재단 연구직은 현재 석·박사 이상의 학력에 영어·일어·불어 등 현지어에 정통한 인재로 구성했다. 문제는 절대 인원의 부족. 세계에 흩어진 우리 문화재를 조사할 정규직원이 고작 3명에 불과하다.
◇환수만 하면 끝?…사후관리 부실 제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해외소재 문화재를 환수한 이후 반드시 불거지는 문제가 사후관리 부실이다. 국가지정문화재로 등록해 어렵게 국내로 가져와도 제대로 관리를 못하는 것은 물론 대국민 공개 등 활용빈도가 턱없이 낮은 것. 전시·활용 등 사후관리가 잘 돼야 향후 문화재 환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한선교 의원(새누리당)이 지난해 문화재청·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환수한 4732점의 해외소재 문화재 중 국보·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한 것은 단 5건(52점)으로 1%에 불과했다. 특히 2006년 일본 도쿄대에서 반환받은 ‘조선왕조실록’(47책)과 2011년 일본 궁내청에서 반환받은 ‘조선왕조의궤’(1205책)의 상황은 참담하다. 조선시대 기록문화유산의 정수로 환수 당시 대대적인 환영행사까지 했지만 사후관리에는 무관심했던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은 마땅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가 등재해야 하는데 지금껏 소식이 없고, ‘조선왕조의궤’는 200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환수 이후 4년이 되도록 국가지정문화재로도 지정되지 않았다.
전시활용 빈도는 낙제점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지난 10년간 환수받은 문화재의 30% 이상 해당하는 1510점을 소장하고 있지만 일반에 공개한 것은 219점으로 14.5%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환수문화재는 박물관 수장고에서 잠자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