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진우 기자
2007.05.30 10:40:00
비행기 오래타면 미각세포 둔해져..달고 부드러워야 제맛
[이데일리 이진우기자] 지난해 국내 항공사들이 소비한 와인은 107만병. 항공사별로는 대한항공이 72만병, 아시아나 항공이 35만병이다.
루프트한자항공의 경우 지난해 약 420만 병을 기내에서 제공했다. 그만큼 와인업계와 항공사들은 서로 떼어놓기 어려운 관계다.
비행기는 와인을 소개하고 선보이는 좋은 홍보수단이기도 하다. 에어프랑스는 와인의 종주국인 프랑스의 국적 항공사답게 일등석에서 이코노미석까지 전부 프랑스산 와인들을 제공한다. 대한항공도 노선별로 현지산 와인을 준비한다. 승객들은 비행기가 도착하기 전에 와인으로 이미 그 나라의 향취를 먼저 맛보는 셈이다.
항공사 입장에서도 와인은 꼭 필요한 아이템이다. 기내 소비량으로 보면 맥주가 와인보다 더 많지만 어떤 와인을 제공하느냐가 서비스의 품질을 재는 척도로도 활용된다. 매년 항공사의 기내제공 와인을 비교하는 경연대회도 열린다.
◇기내에서는 단맛 미각세포 둔해져
기내에서 제공하는 와인을 항공사들은 어떤 기준으로 고를까. 지상에서는 약간 텁텁하고 깊은 맛의 와인도 인기가 높지만 기내 와인은 우선 달고 부드러워야 한다. 건조한 기내 오랫동안 같은 자세로 있다보면 입안이 텁텁해지고 특히 단맛과 짠맛을 느끼는 미각세포 감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쓴맛과 신맛은 기내에서 좀 더 강하게 느껴진다. 장거리비행일수록 이런 현상이 더한데 그래서 기내 와인은 신맛을 줄이고 단맛을 강하게 내는 와인이어야 한다.
향기도 풍부해야 하는데 기내의 강력한 환기 시스템에 적응하기 위해서다. 기내는 기압이 낮고 공기 순환이 빨라 와인향이 코에 전달되기 전에 상당부분 공기중으로 날아간다. 지상용 와인보다 좀더 향취가 풍부한 와인을 골라야 하는 이유다.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들도 목넘김이 좋은 부드러운 맛을 훨씬 선호한다.
◇퍼스트·비즈니스클래스는 와인 경연장
항공사들이 와인에 유독 신경을 쓰는 좌석은 퍼스트클래스와 비즈니스클래스다.
대한항공(003490) 관계자는 "이런 승객들 중에는 와인 감별의 전문가급 승객들이 간혹 있기 때문에 더 신중하게 와인을 준비한다"고 설명한다. 대한항공은 전세계의 와인만을 찾아다니는 와인 전문가를 따로 두고 있다. 와인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것으로 유명해진 방진식 차장이 그 주인공. 대한항공은 포도 작황이 좋은 지역을 미리 찾아가서 수년전에 미리 물량을 확보하기도 한다.
1등석과 비즈니스석에는 샴페인과 화이트와인 레드와인을 모두 갖춰놓고 있다. 이코노미석에는 화이트 와인과 레드와인만 제공된다. 와인의 실제 가격은 소매가격 기준으로 퍼스트클래스는 병당 10~20만원대, 이코노미석 와인은 2~3만원선이다.
아시아나항공(020560)은 3년마다 와인리스트를 바꾼다. 새로 나온 와인들을 계속 추가하기 위해서다. 기내 제공용 와인을 선택하기 위해 전세계 와인전문가들을 초청해서 시음회를 갖는다. 시음회는 지상에서 실시하지만 기내의 환경을 최대한 감안해서 기내용으로 어울릴 와인을 고른다.
승객들이 기내에서 와인을 찾는 이유는 두가지다. 수면을 쉽게 취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코노미증후군으로 불리는 혈액순환장애현상을 완화시키주는 작용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내에서 마시는 와인은 지상보다 더 쉽게 취한다. 알코올 도수는 동일하지만 기내 기압이 낮아 알콜 흡수가 빨라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