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하정민 기자
2003.10.30 08:10:12
[edaily 하정민기자] 삼성전자(005930) LCD사업부 이상완 사장은 30일 "삼성전자와 소니의 7세대 LCD 공동투자는 세트와 부품 1위 업체가 협력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며 "강자와 강자가 만나 윈윈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만큼 향후에도 LCD 업계를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30일 7세대 LCD라인 기공식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삼성전자의 자금여력만 가지고도 충분히 7세대 LCD에 투자할 수 있지만 LCD 사업부 자체적으로도 상황이 안 좋을 때를 대비한 투자여력 축적이 필요했다"며 "이를 위해 확실한 LCD패널 공급처를 잡기로 했다"고 소니와의 합작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7세대 LCD가 2005년부터 양산을 시작하면 2006년부터 LCD가 PDP와 가격경쟁이 가능할 것"이라며 "가격경쟁력에서도 PDP에 뒤지지않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사장과의 일문일답.
-7세대 LCD라인 투자를 소니와 같이 하게 된 배경은.
▲올해 4월부터 소니 측에서 합작을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타진해왔다. LCD라는 것이 공급과 수요 사이클이 분명해 요즘처럼 공급부족인 상황에서는 LCD패널을 조달받기 어렵다. LCD-TV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자체공장을 가지지못하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있기 때문이다.
소니의 영상기술인 베가(vega)와 삼성전자의 패널 기술인 PVA가 잘 맞아떨어진 것도 도움이 됐다. 영상과 패널기술이 잘 매치되지않으면 좋은 화질이 나오지않는다. 안정적인 조달처를 구할 수 있다는 것 외에도 이런 점까지 곁들여져 소니가 우리를 택한 것 같다.
이번 합작은 세트와 부품 1위 업체가 협력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강자와 강자가 만나 윈윈전략을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LCD-TV가 현재 크기라면 굳이 다른 업체를 택할 수도 있었을 거다. 그러나 앞으로도 LCD-TV 영역이 더욱 확대될 것이고 40인치 이상 LCD-TV를 생산할 때 누구와 손잡느냐를 고려해보면 답은 분명하다.
-합작형태를 유지하게 되면 삼성전자의 이익효과는 반감되는 것 아닌가.
▲이익보다 왜 합작을 했는지 살펴봐야한다. LCD 세대가 바뀌면서 투자액도 크게 늘어난다. 시장 상황이 좋으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상황이 나쁠 때를 대비해 투자의 우선순위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
물론 삼성전자의 자체 자금여력만 가지고도 충분히 7세대 LCD에 투자할 수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말고 LCD 사업부 자체만으로도 상황이 안 좋을 때를 대비한 투자여력 축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확실한 LCD패널 공급처를 잡아야했다.
물론 소니와 수익을 나누는 것은 맞다. 그러나 우리가 소니와 합작한 부분은 7세대 LCD라인의 일부분일 뿐이다. 1~5세대 LCD라인에서 충분히 수익을 내고있고 7세대 이후 추가투자는 독자적으로 할 것이다. 문제될 것이 없다.
-7세대 LCD 이후에도 소니와 합작형태를 유지할 것인가.
▲현재로선 7세대 LCD라인만 하기로했다. 더할 것인지는 아직 결정하지못했다.
다만 우리는 소니 외에 다른 고객에게도 LCD를 공급해야한다. 소니는 패널을 판매하는 회사가 아니라 TV를 만드는 회사이므로 자체적으로 필요한 만큼만 생산하면 되지만 우리는 다른 고객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달라.
-소니 외에 또다른 업체와도 합작할 가능성이 있나.
▲소니와의 합작은 양사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 업체를 두고 또다른 업체를 찾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5세대 LCD 이후의 표준규격 싸움에서 삼성이 밀렸다는 지적이 많았다.
▲표준규격에서 밀린 적 없다. 남들하고 똑같이했다면 어떻게 우리가 불과 몇 년만에 LCD 1위 업체가 됐겠나. 세대가 늘어난다는 것을 설비 크기 변화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곤란하다. "무슨 제품을 만들 것이냐"가 기본 화두가 돼야한다.
99년 당시 샤프가 11.3인치를 들고나왔다. 우리도 고민했지만 그 세대를 건너뛰겠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결국 12.1인치를 내놓았고 업계의 표준이 됐다. 남들이 15인치에 집중할 때 17인치를 내놨고 남들이 18인치를 만들 때 19인치를 출시했다. 결국 17인치, 19인치가 승리하지 않았나.
LCD-TV도 마찬가지다. 현재 일본 업체들이 주력 LCD-TV 크기로 26인치와 32인치를 밀고있고 6세대 LCD에서는 37인치를 들고나왔다. 37인치도 좋은 크기지만 분명히 5세대 이후에는 40인치 급 LCD-TV 시장이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미 메이저 TV 업체에서 40인치 패널을 요구하고있다.
물론 시장을 앞서나가는 것에는 위험이 따른다. 그러나 제품이 먼저다. 그 다음 세대의 주력제품이 뭐가 될 것인가를 우선 고려하고있다.
-LCD시장의 공급과잉 위험은 없나. 대만에 이어 중국업체들도 속속 LCD 시장에 진입하고있다.
▲대만, 중국업체들이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있다. 일본이 앞서갈 때는 앞에있는 사람을 쫓아가기만 하면 돼서 오히려 편했다. 일본은 기술이 없어서 뒤쳐진 게 아니라 투자타이밍을 놓쳤을 뿐이다.
그러나 대만, 중국업체들은 기술이 없다. 대부분 일본 업체들에게서 이전받은 거다. 일본의 도움으로 4세대 LCD까지는 쫓아왔지만 5세대 이후는 힘들다. 이미 5세대 LCD를 양산할 시기가 됐는데도 아직 생산하지 못하고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해준다.
시기에 따라 LCD 공급과잉이 올 소지가 있다. 그러나 노트북과 모니터만이 수요처이던 과거와 달리 디지털TV라는 엄청난 규모의 시장이 열렸다. 공급과잉 우려도 적을 뿐더러 제품과 기술에서 차별화한다면 별 문제가 없다.
물론 영원한 기술은 없다. 경쟁자로 유기EL, FED, PDP 등이 이미 나왔고 또다른 위협기술이 반드시 나올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2015년까지는 LCD가 강자의 위치에 설 것으로 본다.
현재 PDP와 LCD의 경쟁이 40인치대에서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있지만 이 경쟁이 50인치대, 60인치대까지 갈 지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닌가. 나는 60인치대까지 경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의의 경쟁을 하면 서로 가격을 낮추기위해 많은 노력을 할 것이므로 오히려 도움이 된다.
-아직까지 PDP에 비해 LCD의 가격이 2배 이상 비싸다. 또 PDP는 다면취공법을 통해 원가혁신 방법을 찾았다. 일반 소비자들은 PDP와 LCD의 화질 차이도 별로 못 느끼는데 가격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LCD산업은 반도체에 비해 재료비 비중이 매우 높다. 백라이트유니트나 인버터의 가격비중이 전체 재료비의 40~50% 정도를 차지한다. 때문에 이 부분만 가격을 절감시키면 된다. 이미 별도조직을 투입해 원가절감 방법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7세대 LCD가 2005년 양산을 시작하게되면 2006년경부터 PDP와 가격경쟁이 가능할 것이다. 40인치 PDP가 나온 것은 벌써 3년이나 됐다. PDP는 지난 3년동안 충분한 원가절감을 해왔지만 40인치 LCD는 이제 막 나왔다. 우리도 3년 정도 원가절감을 한다면 진정한 경쟁은 몇년 후가 된다.
일반인들이 PDP와 LCD의 차이를 잘 느끼지 못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눈은 섬세해서 금방 구별할 수 있다.
-유기EL도 대형화가 된다면 LCD에 위협요인이 되는 것 아닌가.
▲대형 유기EL 재료가 개발된다면 그럴 것이다. 그러나 현재 소형에서 유기EL과 경쟁하고있지만 유기EL은 휴대폰 메인 창에는 못 들어가고 서브 창에만 들어가고있다. 유기EL 대형화에 대한 준비도 하고있지만 지금으로선 대형에서는 LCD가 그대로 갈 것으로 보인다.
-7세대 LCD에서는 국산 설비나 장비를 많이 쓸 것인지.
▲아직 중요 설비는 일본이나 미국에서 수입하고있지만 국산화업체를 많이 육성해왔다고 자부한다. 국적보다 설비의 완성도가 중요하다. 얼마만큼 엔지니어를 많이 투입해 설비의 생산성을 높이느냐가 중요하다.
국내 장비업체와 사이가 좋다. 삼성전자는 LCD 외에 반도체도 같이 하기때문에 다른 업체보다 장비 구입규모가 크다. LCD 세대를 늘리면서 설비 크기도 확대하려고 설비업체들을 많이 자극했고 잘 따라와줬다. 사업 초창기에는 전부 일본 부품만 수입해서 국산화가 최대 화두였지만 이제는 국내 업체도 많이 발전했다. 삼성의 여타 계열사에도 국내에서 많은 부품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고있다.
LCD산업은 재료비중이 높기 때문에 자기 혼자만 열심히 해서는 안 된다. 얼만큼 싸게, 양질의 장비를 조달하느냐가 관건이다. LCD산업이 커야 세트업체나 부품업체도 같이 성장한다.
대만 업체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조립이 강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PC나 모니터의 60% 이상이 대만에서 조립생산된다. 중국 소주에 LCD 모듈 공장을 세운 것도 이를 본받기 위해서다. 단순히 인건비만 싸다고 싼 부품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싼 부품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중국, 대만업체라도 배울 건 배워야한다.
-7세대 LCD라인 건설의 투자비용은 얼마로 예상하나.
▲투자비용은 건설비와 설비투자가 합해진 금액인데 건설비는 공장 크기가 늘어나니까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한 세대가 늘어날 경우 총 투자비용이 이전 라인의 1.5배를 넘지않도록 마지노선을 정했다.
-5세대 LCD라인 건설에 2조원 정도가 들었으니 `1.5배 기준`을 적용한다면 7세대에는 3조원 이내로 투자한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덧붙여 말하자면 5세대 건설에 2조원이 들었다고 공시했지만 실제 투자금액은 훨씬 적다.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효율적인 투자를 했다.
10~20cm 차이는 있겠지만 당분간은 7세대 LCD가 업계의 표준이 될 것이다. 8세대 이후는 재료나 설비 한계때문에 쉽게 도래하기 어렵다.
현재 장비를 분해해서 공장으로 가져온다해도 도로교통법상 3.2m가 넘으면 톨게이트를 지날 수 없다. 장비를 분해해 3.2m 안으로 가져올 수 있는 한계가 7세대다. 우리가 7세대를 택할 때는 이런 점도 세심히 고려했다.
-LCD 업종의 규모와 위상이 나날이 달라지고있는데 아직 반도체사업부에 소속돼있다. 분리할 생각은 없나.
▲디스플레이 산업인 LCD가 반도체 사업부에 들어가있는 이유는 가공공정과 투자패턴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생산품만 다를 뿐이다. 어떤 면에서 삼성 그룹은 즐기는 입장이다. LCD와 PDP, 반도체와 LCD가 서로 경쟁을 하고있으니까. 일본 업체와의 경쟁보다는 내부 경쟁이 더 치열하다.
같은 삼성전자 안에 소속됐기 때문에 LCD 패널을 생산하면 LCD-TV도 빨리 받을 수 있고 부품조달도 쉽다. 현 상황도 나쁘지않다. 어쨌든 내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윗선의 판단이 있을 것이다.
-소형 유기EL을 누가 생산할 것인지를 두고 삼성SDI와 이견이 있었는데.
▲소형 유기EL은 삼성SDI가 맡기로했다. 삼성 사장단 회의에서 결정됐다. 그러나 대형 유기EL을 누가 생산할 지는 결정되지않았다.
-LG필립스LCD를 보면 LG와 필립스의 문화차이 등으로 문제가 나기도 하는데. 소니와의 합작사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와 소니의 합작은 1회성으로 끝나는 거다. 7세대의 일부인 7세대 1라인(phase 1)에서만 공동으로 투자했다.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생산제조 분야에서만 합작키로했다. 큰 문제가 되지않을 것이다.
-투자를 반반으로 한 것처럼 7세대에서 생산하는 LCD도 반반씩 나눠갖게되나.
▲일단 소니는 생산량의 50%를 가져갈 수 있다. 소니가 더 필요하다면 양사의 협의를 통해 더 줄 수 있다.
-경쟁자인 LG필립스LCD를 어떻게 생각하나.
▲삼성전자만 커진다고 LCD산업이 크는 것도 아니고 국내에서만 경쟁할 것도 아니다. 좋은 경쟁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