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좀비 지자체 속출...주세의 지방세 전환 검토할 만하다

by논설 위원
2024.06.26 05:00:00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 살림에 경기침체 한파까지 겹쳐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가 급락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 243개 광역·기초 지자체의 올해 예산 기준 평균 재정자립도는 43.3%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45%)보다 1.7%포인트 낮은 수준이며 2014년 세입과목 개편 이후 역대 최저치다. 이처럼 재정 자립도가 급락한 것은 지방세 수입이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기업 실적 부진, 소비 침체 등이 겹치며 지난해 지방세 수입은 110조 6000억원으로 1년 전(118조 6000억원)보다 8조원이나 줄었다.

지방 재정 악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세입과목 개편 이후 지난 10년간(2014~2023년) 전국 지자체의 연평균 재정자립도는 45.5%에 머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지역별로 큰 편차를 보이고 있는 점이다. 올해의 경우 광역 지자체 중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서울이 74%인 데 비해 꼴찌인 전북은 23.5%로 서울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고 있다. 기초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 편차는 더욱 심하다. 기초 지자체 중 꼴찌인 전북 진안군이 6.7%로 1위인 경기 성남시(57.2%)의 8분의 1 수준이다. 재정 자립도가 10%에 미달하는 기초 지자체가 전북 진안군 이외에도 수두룩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지방세 수입만으로는 인건비도 감당 못하는 지자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행안부에 따르면 이런 곳이 전국 227개 기초 지자체 가운데 104곳으로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전남북, 경남북과 강원 지역의 기초 지자체 대부분이 이런 상태다. 이들을 기업에 비유하면 번 돈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경우와 같아 ‘좀비 지차체’라는 오명을 피하기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일 경북 경산에서 가진 민생토론회에서 “세금을 정부와 지자체가 반반씩 나눠서 걷고 지방에 권한을 더 많이 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지방세연구원은 지난달 열린 국제 학술행사를 통해 주세의 지방세 전환 방안을 제안했다. 주세는 전국적으로 고른 분포를 보이는 주류 소비를 과세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보편성·지역성·안정성 등 지방세가 갖춰야 할 원칙에 부합한다. 정부는 주세의 지방세 전환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