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찬바람 불면 다리부터 저릿... 같은 증상 원인은 다양
by이순용 기자
2023.09.20 07:11:08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쌀쌀해지면 다리 저림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어난다. 다리 저림의 원인을 낮아진 기온으로 인한 혈액순환 장애일 것으로 임의 판단해 혈액 순환제를 복용하는 것에 그치고,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는 사례를 적지 않게 마주친다. 하지만 다리 저림은 신체의 이상을 알리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으니 증상이 심하거나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반드시 그 원인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다리 저림이 나타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인 원인은 혈액순환 장애와 신경계의 이상이다. 일반적으로 저린 증상이 나타나면 혈액순환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데 정맥순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심장에서 가장 멀리 있는 손이나 발에서부터 증상이 나타난다. 오래 앉아 있거나 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처럼 한 자세로
가만히 있을 때 증상이 심해지고 활동을 하면 증상이 완화된다.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으면 손과 발의 색이 창백해지는 피부색의 변화도 관찰된다. 하지정맥류도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아 생기는 질환 중 하나인데 다리 저림과 묵직하고 쑤시는 통증이 나타난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정맥순환을 돕는 근력을 회복하거나 잠잘 때 다리를 심장보다 높이 올려 혈액순환을 돕는 것으로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
신경으로 인한 다리 저림의 대표적인 사례는 척추관 협착증이나 추간판 탈출증 등에 의한 신경 눌림이다. 흔히 디스크라고 말하는 추간판 탈출증은 척추 뼈끼리 부딪히는 것을 막아주는 쿠션 역할을 하는 디스크가 돌출되면서 디스크를 감싼 막이 터지고 그 안의 수액이 튀어나와 신경을 누르는 질환이다.
허리 디스크의 주 증상은 요통과 다리가 저리고 아픈 것인데 요통보다 다리의 통증이 더 심한 것이 특징이며 요통 없이 다리 통증이나 저린 증상만 있는 경우도 있다. 또한, 눌린 신경이 지나가는 부위로만 저리거나 통증이 있기 때문에 양측으로 나타나기보다는 좌· 우측 어느 한 쪽으로 증상이 나타나거나 서 있을 때보다 앉아 있을 때 통증이 더 심해진다.
추간판 탈출증 초기에는 침상 안정이나 물리치료, 약물치료, 신경주사 등 비수술적 치료만으로도 상당 부분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신경마비가 심하거나 발가락이나 발목의 힘이 현저히 떨어진 경우, 대소변 장애가 발생한 경우라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며 척추 내시경술 또는 미세 현미경 디스크 절제술 등을 진행할 수 있다. 수술적 치료는 터져 나온 디스크를 제거하여 신경 압력을 풀어주는 것으로, 내시경 또는 미세 현미경으로 내부를 보면서 수술하기 때문에 정교하면서도 최소한의 절제로 흉터가 적어 일상생활로 빨리 복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리 저림 증상은 혈액순환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보다는 신경계 문제로 발생하게 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원인에 따라 치료법도 달라지므로 증상을 가볍게 여기지 말고 반드시 해당 분야의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