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불황 속 미래 대비 '꿋꿋'…메모리·파운드리 초격차 집중

by최영지 기자
2023.05.21 09:14:05

세계 첫 12나노급 5세대 D램 양산
"생산성·소비전력 개선..데이터센터 운영에 최적"
파운드리도 고객사 수주·3나노 2세대 상용화 집중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삼성전자가 유례없는 반도체 불황으로 메모리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으나 업황 반등에 앞서 초격차 기술개발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선단 12나노미터(㎚)급(5세대 10나노급) 공정으로 16기가비트(Gb) DDR5 D램 양산을 시작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 18일 세계 최초로 12나노급(㎚·1나노는 10억분의 1미터) 공정 기반 5세대 D램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16Gb(기가비트) 용량의 DDR5 D램으로 지난해말 개발 및 AMD 플랫폼 기반 호환성 검증을 마친 데 이어 최근 양산을 시작했다.

12나노급 공정은 기존 삼성전자의 첨단 공정이었던 14나노에 비해 생산성이 20%가량 높으며 소비 전력은 약 23% 개선됐다.

12나노는 회로 선폭이 머리카락 굵기의 약 1만분의 1에 불과한 미세공정으로, D램 미세공정에서 경쟁사보다 먼저 차세대 D램의 기술경쟁력을 확보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5세대 10나노급 공정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양산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안에 5세대 D램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D램 양산에 속도를 내는 건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수요가 향후 급격하게 늘어날 것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시장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소비 전력 개선으로 데이터센터 등을 운영시 전력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다”며 “탄소 배출과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데 적극 동참하고 있는 글로벌 IT 기업들에게 최상의 솔루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근 D램 메모리 시장은 업황 하락으로 불황이지만 내년 반등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메모리 시장은 2024년부터 다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2022~2027년 D램 시장 연평균성장률은 4.4%로 전망되며 2025년 메모리시장은 무려 49.1%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DDR5 제품 역시 고성능 메모리 수요에 발맞춰 매년 출하량이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전체 D램 시장에서는 42.7%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10일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연구소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왼쪽 두번째부터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칸 부디라지 테슬라 부사장, 앤드류 바글리노 테슬라 CTO, 이재용 회장, 일론 머스크 CEO,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한진만 삼성전자 DSA 부사장. (사진=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 역시 지난해 6월 게이트올어라운(GAA) 기반 3나노 반도체 양산을 시작했으며 오는 2024년 3나노 2세대 공정을 통해 TSMC와의 격차를 좁히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TSMC는 이사회를 통해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애플의 아이폰15 반도체를 생산하겠다고 밝히며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벌리려고도 하고 있다. TSMC의 최대 고객사인 애플이 아직 시장 검증이 충분히 되지 않은 TSMC의 3나노 공정에 물량을 대거 맡기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한편 애플을 제외한 퀄컴, 미디어텍 등 대형 고객사들이 삼성전자에 몰릴 수 있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고객사들이 TSMC에 몰려있긴 하지만 IT 수요가 커지는 만큼 전체 생산능력(캐파)도 늘어날 것이고 4나노 이하를 소화하는 건 삼성전자와 TSMC뿐”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선 결국 초격차 기술개발밖에 없다”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미국 출장에서 파운드리 고객사 수주를 위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등 빅테크 관계자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