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공공기관 '알박기 인사' 논란 없애려면
by송길호 기자
2022.04.19 06:15:00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측근 챙기기 용도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 까지 임명된 공공기관 임원이 60여명 가까이 된다. 이중 70%가 새 정부 중반인 2023년, 2024년까지 자리를 보전한다. “낙하산 인사들이 민주당 2중대로 새 정부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을까 심히 우려된다”는 이야기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나오는 이유다. .
대표적인 예가 대우조선해양이다. 2015년 이후 국민 세금이 직·간접으로 7조원 이상 투입된 민간 기업이지만 대표이사 등 이사진 인선은 정부가 실질적으로 결정한다. 이미 산업은행 지시로 일정까지 급히 변경해 대통령 동생의 친구를 급하게 대표로 선임한 것이 드러나면서 신구권력간 공공기관 자리를 둘러싼 다툼이 점입가경으로 흘러가고 있다.
떠나는 정부와 나가는 정부 간의 공공기관 자리를 둘러싼 다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민주화 이후 정권이 교체될 때 마다 반복되어 왔다. 심지어 같은 성격의 정권이라도 눈살을 찌푸릴만큼 자리를 둘러싼 싸움은 비일비재했다.
공공기관 ‘알박기’ 인사 논란은 넓게는 낙하산 인사, 좁게는 ‘캠코여(캠프·코드·여당)’ 인사 관행에서 출발한다. 공공기관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임직원이 인선되는 것을 지칭하는 낙하산 인사 논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우리나라에서 특히 심하다.
외부에서 인선된 인사라도 전문성과 그에 합당한 자격을 갖추었다면 문제가 될 게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자격이 미흡한 외부 인사가 공공기관 임원으로 선임되는 ‘캠코여’ 인사가 사실상 관행이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약속한 문재인 정부는 더욱 심했다. 공기업의 방만 경영과 부실화를 막는 역할을 해야 할 감사의 상당수가 이 같은 ‘캠코여’ 인사였다. 종종 공기업체 기관장이나 감사 자리가 총선 출마를 위한 ‘스펙’쌓기 용도로 활용되기도 했다.
전문성이나 자격 미달 인사를 공공기관의 임원으로 임명하는 ‘캠코여’인사는 국익에 해로울 뿐 아니라 공공기관 구성원들에게 좌절을 안겨준다. 전문성이 없고 조그만 조직조차 운영해본 경험이 없는 ‘캠코여’ 낙하산 인사가 공공기관 운영에 미치는 폐해는 국민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어선다.
한국은행 총재 인선을 둘러싼 최근의 논란에서 공공기관 ‘알박기’ 인사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신구 집권세력 간 다툼이 있었지만 인선된 이창용 후보가 전문성과 경력 등 자격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논란거리는 되지 않았다.
자격이 없는 낙하산 인사의 폐해를 예방하기 위해 5공화국 정부에서는 한국전력공사 등 정부투자기관으로 지정된 공공기관의 이사는 내부선임을 제도화한 적도 있다.
정권 창출에 대한 기여보다는 역량과 자격을 기준으로 한 인사원칙이 공공기관 ‘알박기’ 인사의 궁극적 해법이다. 능력과 자격을 갖춘 외부 인사가 공공기관 임명직으로 선임되는 것은 바람직하나 ‘갬코여’ 인사가 무차별적으로 이뤄지는 건 막아야 한다.
이와 함께 기관장을 비롯한 임명직 공공기관 임원의 임기는 대통령의 임기와 같이 가도록 조율할 필요도 있다. 정무직 공무원과 함께 공공기관의 임명직도 정부가 바뀌면 재신임을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게 타당하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많은 공공기관 임명직들은 좌불안석이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 임기에서 임명되었으나 새로운 정부와 함께 일하게 될 모든 공공기관 임명직은 본인이 자리에 맞는 자격을 갖추었는지, 국민이 선택한 새로운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일을 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판단해 외부 압력 없이 거취를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공기관 인사의 합리성이 제고되어 윤석열 정부 임기 말에는 정권교체기 마다 반복되는 전 근대적인 공공기관 ‘알박기’ 인사 논란이 더 이상 없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