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짝 못 미친 `4% 성장` …올해 韓경제는 더 가시밭길
by최정희 기자
2022.01.21 07:07:00
[이데일리폴]작년 3.9%, 올해 2.9% 성장
작년 4분기 전기비 0.9%, 전년동기비 3.8% 전망
올 1분기엔 전기비 0.7%로 둔화 예상
"수출 호조에도 유가 급등에 ''순수출'' 기여도 약해"
대출 금리 상승하는데 물가도 올라…소비 여력 둔화
[이데일리 최정희 이윤화 기자] 작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정부와 한국은행의 전망치(4.0%)를 소폭 하회한 3.9%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팬데믹이었던 2020년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 2010년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세가 예상된다.
그러나 올해는 경기 흐름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연초부터 경제가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한꺼번에 닥치는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중국 등 주요국 성장 둔화, 유가 급등, 공급망 병목 지속, 기업 원가 부담 제품가격 전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돈줄 죄기와 자산가격 급변동, 대출 규제와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 등 눈 앞에 위험 요인들이 깔려 있다. 이에 정부가 연초부터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나섰지만 거리두기 강화가 지속되면 소비증가엔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가 25일 작년 4분기 및 연간 국내총생산(GDP) 속보치 발표를 앞두고 증권사 애널리스트 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작년 4분기 전기비 성장률은 평균 0.9%(7명 응답), 전년동기비 3.8%로 예상했다. 한은은 작년 4분기에 전기비 1% 이상은 성장해야 4% 성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는데 이를 하회하면서 작년 연간은 3.9% 성장이 예상된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급반등했던 2010년 6.8% 성장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세다.
작년 4분기엔 수출과 소비가 고른 증가세를 보였을 것으로 예측됐다. 차량용 반도체 칩 수급이 일시적으로 개선되면서 자동차 생산, 수출이 늘어났고 반도체 수출도 호조를 보였다. 수출물량도 증가세다. 작년 4분기 수출물량은 통관 기준 4885만톤으로 전분기(4820만톤)보다 1.3%(65만톤) 늘어났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수출은 전기비 1.4%, 전년동기비 3.2% 증가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간소비는 작년 3분기 마이너스 성장(전기비 -0.2%)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12월부터 거리두기가 강화됐지만 11월 위드 코로나에 따른 방역조치 완화 효과가 반영됐을 것이란 추정이다. 4분기 구글 이동성 지수(소매 및 여가)는 2020년 2월 집계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투자도 증가 전환이 예상된다. 3분기엔 차량용 반도체칩 부족에 자동차 투자가 줄면서 설비투자가 전기비 2.4% 감소하고 건설투자 역시 건설자재 부족 및 가격 상승에 공사 지연이 발생하면서 3.5% 감소한 바 있다. 4분기엔 기저효과에 따른 증가 전환이 전망되고 있다.
작년이 팬데믹에서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는 해였다면 올해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0명의 애널리스트들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2.9%로 한은(3.0%), 정부(3.1%) 전망보다 낮았다. NH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은 올 1분기 성장률이 전기비 0.7%로 작년 4분기보다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계속된 거리두기에 구글 이동성 지수가 올 들어 하락하면서 소비에 악영향을 줬을 것이란 판단이다.
한은은 올해 수출(11월 전망 2.6%)보다 소비(3.6%)로 인한 회복세가 강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경제전문가들은 수출보다 소비의 불확실성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또 하반기로 갈수록 사정은 더 악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소비패턴이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거리두기 연장에도 소비가 덜 나빠지고 있지만 가계의 소비 여력 자체가 떨어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대출이자가 늘어나고 물가 오르고 임금은 물가 상승만큼 오를 가능성이 낮은데 저축마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출 규제에 금리 상승폭이 생각보다 더 빨라서 소비가 살아나려면 임금 상승이 나타나야 하는데 물가가 3%대로 높은 상황에서 실질임금은 개선되기 쉽지 않아 소비부담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훈 메리츠 증권 연구원은 “재난지원금 준 것을 다 써버린 상황에서 예비적 저축이 많지 않아 소비는 상반기 반짝 개선되고 말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의 조기 긴축, 한은의 빠른 금리 인상 등은 주식, 부동산 가격 변동성을 높여 자산효과에 따른 소비도 제약시킨다. 정부가 14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해 소상공인을 지원키로 했지만 자금이 집행되는 시기에도 거리두기가 계속된다면 소비 진작 효과는 반감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수출은 기저효과 등에 절대 증가율이 작년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지만 전문가별로 의견이 갈린다.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미국, 중국의 성장률이 작년 각각 6%, 8.1%에서 올해 둘 다 5%대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수출에 의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정원일 연구원은 “수출물가가 (월별) 전년대비 15~20% 안팎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가격변수를 차감하면 성장률에 순수출(수출에서 수입 차감) 기여도가 낮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승훈 연구원은 “수출이 달러화 금액 기준으로 10%는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B2B 수요가 괜찮고 반도체 업황도 개선되고 글로벌 전반적으로 설비투자 장기화 얘기가 나와서 IT부문에서 수출물량이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비투자도 수출 사이클에 연동돼 전년대비 5% 가량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건설투자의 경우 작년에 미뤘던 착공이 올해 이뤄지면서 플러스 전환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