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연식 6년이하 중고차 매물 끊겨, 고객 뚝"…매장 썰렁
by송승현 기자
2021.11.16 06:30:00
국내 최대 중고차매매단지 인천 엠파크타워 가보니
"연식 6년 이하 알짜 매물 자취 감춰…기존 차 더 타겠다는 수요 증가 탓"
3분기 중고차 이전등록 약 99만대…전분기比 7.7% 감소
"시장 하락세에도 신차 출시 지연 해소 외 반등 요인 없어 "
| 14일 오후 인천 서구 가좌동에 위치한 국내 최대 중고차매매단지 엠파크 타워. (사진=송승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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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서울=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신차가 출고 지연되면서 중고자동차가 잘 팔린다는 건 옛말입니다. 지금은 오히려 알짜 매물이 자취를 감춰 거래가 줄었습니다.”
지난 14일 오후 지상 9층 규모의 국내 최대 중고차 매매단지 인천 서구 자동차매매단지 엠파크는 비교적 조용했다. 인천 엠파크는 연면적 16만1873㎡(약 4만9000평)의 규모로 한 번에 전시할 수 있는 최대 중고차 매물은 7000대가량에 육박한다. 그럼에도 중고차 매물을 보러 온 이들은 1시간가량 눈으로 확인한 게 고작 한 팀에 불과할 정도로 썰렁했다. 오히려 매물 상태를 점검하기 위한 시범 운행에 여념 없는 중고차 딜러들만이 바삐 움직였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신차 출고 지연 여파가 활황이었던 중고차시장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엠파크 내에서 중고차를 판매하는 딜러는 “올해 3분기부터 중고차 거래량이 줄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더 줄어든 느낌”이라며 “신차 출고 지연 효과로 중고차시장이 활황이라고 하던데 사실 체감이 되지는 않는다”고 털어놨다.
| 14일 오후 인천 서구 가좌동에 위치한 엠파크 타워 중고차 전시장.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중고차를 보러 오는 사람 없이 조용하다. (사진=송승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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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시장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완성차업계의 신차 출고 지연 여파로 가격 역전 현상이 벌어지는 등 호황을 누려왔다. 실제 국내 중고차 거래 매출액 1위 케이카(Kcar)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1조4005억원, 영업이익 5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매출 각각 42%, 88.8%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매출(1조 3231억원)과 영업이익(376억원)을 이미 뛰어넘은 수치다.
신차 출고가 지연되면서 차량이 필요한 소비자들이 중고차시장으로 눈을 돌린 영향이다.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장기화로 차박(차에서 숙박하는 것)과 캠핑족 등이 늘어난 점도 수요 증가에 일조했다. 출고 지연 현상이 본격화한 지난 5월 이후 약 5개월가량이 지난 11월 현재까지도 완성차업체의 신차 출고 지연 현상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신차 출고 지연 기간은 △현대자동차(005380) 투싼 24~40주 이상 △기아(000270) K8 12~32주 이상 △기아 스포티지 28~36주 이상 등 적게는 6주에서 최대 40주 이상이 걸리고 있다. 반면 올해 2분기 중고차 이전등록대수는 102만7616대로 전분기 대비 3.6% 증가했다.
중고차시장의 이런 분위기가 3분기에 들어서면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신차를 사기 위해 내놓던 중고차 매물들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중고차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연식 6년 이하 중고차 매물들이 시장에 보이지 않고 있다. 중고차 단지에서 만난 딜러들 역시 최근 판매된 차종 모두 10만km 훌쩍 넘은 연식이 제법 오래된 차종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신차를 인수받을 때까지 기다리거나 연식 6년 이하의 차량은 연식이 오래되지 않은 만큼 기존 차량을 더 타겠다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이같은 현상은 다른 중고차 매매단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시내에서 중고차 매매업을 하는 딜러 관계자는 “중고차시장은 신차 출고가 이뤄지면서 순환하는 매물이 중요한데 신차 출고가 지연되면서 연식 6년 이하의 알짜 매물이 점점 모습을 감추고 있다”며 “신차 출고 지연으로 인한 반사이익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시장이 얼어붙는듯하다”고 했다. 실제로 올해 3분기 중고차 이전등록대수는 98만 8706대로 전분기 대비 7.7% 감소했다.
| 지난 12일 서울 시내 한 중고차 매장에서 신차급 차량인 K8이 전시돼 있다. 신차급 차량은 출고 지연 장기화로 ‘가격역전’ 현상이 벌어져 품귀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사진=송승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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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중고차시장의 하락세를 타개할 반등 요인도 딱히 없다는 점이다. 알짜 매물 확보를 위해서는 신차 출고 지연 현상이 해소돼야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 수급 안정 시기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중고차업계 입장으로서는 ‘언감생심’(焉敢生心·꿈도 꾸지 못함)인 상황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멈춰있던 동남아지역의 차량용 반도체 생산이 재가동됐지만 정상화시점까지 회복되기에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완성차업계 일각에서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나나 다행인 점은 요소수 공급 부족에 따른 여파가 미치지 않다는 점이다. 보통 디젤 승용차에 요소수 10리터(L)를 주입하면 약 1만 킬로미터(km)가량 주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이번 요소수 품귀 대란에서 승용차 운전자들의 피해는 크지 않았다.
서울 영등포에서 중고차를 판매하는 손모씨는 “요소수 관련 문의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중고차 자체가 승용차 위주라서 사실상 타격이 없다”며 “이미 들어온 매물들에는 요소수가 주입돼 있다는 점도 문제가 안 되는 요인이다. 다만 요소수 공급 부족 문제가 1년 넘게 길어질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고차업계는 신차 출고가 원활해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고차시장에서는 이익이 많이 남지 않는 연식이 오래된 매물들이 주로 거래된다”며 “이런 매물들도 차츰 줄어들고 있다. 중고차 딜러들은 신차 출고를 마냥 기다릴 수 없는 만큼 기존보다 손해를 보더라도 연식이 오래된 매물들을 팔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진출 이슈까지 얽혀 있어 먹고 살기 위해서 연식이 오래되더라도 될 수 있는 한 많은 매물 확보해 박리다매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쓴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