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에 경영평가 꼴찌 탈출한 석탄공사…"탈석탄시대 새 미래 준비"

by문승관 기자
2021.06.28 06:00:00

[인터뷰]유정배 대한석탄공사 사장
“탄소중립, 석탄산업 정의로운 전환 정부 구체적 역할 필요”
“대안없는 구조조정 안돼”…산림뉴딜 등 새로운 사업 창출
남북석연탄·몽골 성형탄 사업 등 “새 비즈니스 모델로 개발”

유정배 석탄공사 사장이 강원도 원주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석탄공사)
[원주=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대한석탄공사가 올해 진행된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6년 만에 C(보통) 등급을 받았다. 다른 회사라면 한숨이 나올 성적표지만 석탄공사와 지역사회는 잔치 분위기다.

석탄공사는 지난 2014년 경영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이후 2015년부터 줄 곳 D(미흡)나 E(매우 미흡)등급을 받아왔다. 특히 2016~2018년 평가에선 3년 연속 최하위등급인 E등급을 받았다. 유정배 사장 취임 이후 각고의 노력 끝에 2019년 E등급에선 탈출했지만 그래도 D등급이었다.

탈석탄 시대를 맞아 석탄공사의 역할이 축소되면서 매년 석탄생산과 인력을 감축해야 하는 상황에서 과거 연탄값 안정을 위해 떠안은 2조원에 달하는 부채가 계속 발목을 잡은 탓이다.

석탄공사는 이번 평가 결과를 동력 삼아 새로운 비지니스 창출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함으로서 석탄공사가 탈석탄시대에도 생존 가능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유정배 석탄공사 사장은 강원도 원주 석탄공사 본사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경영평가 C등급 달성으로 석탄공사뿐만 아니라 지역사회가 크게 고무돼 있다”며 “C등급을 바라보는 외부 시선은 각기 다를 수 있지만 임직원들에겐 할 수 있다는 자긍감과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다. 지금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석탄공사의 기능전환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 새로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유 사장은 에너지전환시대에 석탄공사의 성공적인 기능전환과 새 비즈니스 창출을 위해서는 정부가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사장은 “탄소중립은 기후위기라는 지구적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석탄 생산과 판매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는 건 누구나 안다. 탄광 근로자들과 지역 주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 공정하고 정의로운 기능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국내에서 석탄을 캐고 판매할 길이 좁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탄광지역 주민의 삶이 무너지지 않도록 정부가 지원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1989년부터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을 추진해 왔으며 지난 2016년에는 석탄공사를 기능조정기관으로 지정해 출구전략을 모색해 왔다.

유 사장은 “다른 나라 사례를 봐도 석탄산업 합리화 과정은 많은 비용부담을 수반한다. 독일은 50년전부터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을 펴왔는데도 최근에서야 사회적 합의에 이르렀다”며 “정부가 석탄산업의 출구전략과 지원책 마련에 인색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 사장은 특히 석탄산업 합리화가 탄광 문을 닫고 근로자들을 구조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서는 안된다고 했다. 이해 당사자 피해와 사회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방안 마련에 국회와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석탄 산업은 100년 된 산업이다. 1960년대 이후로만 순직한 분이 5600여명이나 된다”며 “국가 산업이 한창 성장할 시기 목숨 걸고 갱도에 들어가 헌신했던 분들이 명예롭게 퇴직하고 지역서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정부가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정부가 산업재해 줄이기에 총력을 기울이면서도 막상 탄광의 안전사고 우려에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사장은 “2016년6월 기능조정 기관 지정 후 신규인력을 못 받고 있는 상황에서 석탄감산에 따라 인력은 줄고 있다”며 “인력이 줄면서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현장 근로자 안전사고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갱도 작업 시 예전에 1조당 5명이 일하던 것을 지금은 절반 수준인 2~3명이 나눠 하다 보니 안전사고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며 “노동 숙련도는 높지만 고령화에 따른 체력 저하 등의 문제로 사고 위험성이 높아지고 사고대응력도 떨어진다”고 했다.

석탄공사는 2016년 이후 신규 채용이 사실상 중단됐다. 지난 2019년 탄광 안전사고로 안전인력 20명을 충원한게 전부다. 전체 인력은 2016년 2517명에서 2020년 1740명으로 4년새 31%(787명)이 줄었다. 이로 인해 석탄공사 임직원이 평균 연령은 52.6세로 높아진 상태다.

유 사장은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손발이 묶인 상황에서 내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처벌 강화로 임직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 사장은 “하루하루 벼랑 끝에 서서 작업을 하고 있다. 정부가 심각성을 느껴야 한다”며 “탄광처럼 특수한 조건에 있는 산업을 다른 일반적인 산업 현장의 안전성과 똑같이 간주해 동일한 법적 잣대를 들이대선 안 된다”고 했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석탄 산업을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유 사장은 북한의 석탄 산업 비중은 산업적으로 도, 에너지원으로도 절대적인 만큼 남북경제협력 물꼬를 틀 수 있는 분야가 석탄산업이라고 했다.

석탄공사는 북한과의 경협이 불확실하지만 중장기적인 역량강화에 초점을 맞춰 미래사업으로서 기반 구축에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유 사장은 통일부 장관을 직접 만나 인도적인 남북 석·연탄 지원사업에 대한 설명과 협조를 부탁해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받았다.

이어 남북경협 전문지인 ‘서민에너지에서 평화에너지로’를 발간해 관련 유관산업관 네트워크 구축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플랫폼을 출범했다. 또 남북경제협력혁신포럼 등 대북사업 관계기관 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남북경협이 본격화할 때를 대비해 기반조성과 공감대 형성에 주력하고 있다.

유 사장은 “연료 부족으로 인해 민둥산으로 변한 북한의 산하를 보면 안타깝다”며 “북한과의 석탄산업 경협은 정치적인 문제를 떠나서 인도주의적, 환경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산업적으로 봐도 남북간 활발한 교류를 위해서는 북한이 가장 필요로 하는 석탄 산업 개발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석탄 기반 경제성장을 추진하고 있는 북한의 경제발전계획과 연계해 석탄공사의 현대적인 경영기법과 자동화된 기술력, 폐광 기계를 이용할 아이디어를 정부가 내준다면 석·연탄 중심으로 효과적인 남북교류를 추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남북경협과 함께 몽골 성형탄 사업도 석탄공사가 활로를 찾는 데 한 몫을 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이다. 몽골 성형탄 사업은 지난 2010년 MB정권 때 150억원을 들여 시작해 현재까지 300억원 가까운 자금이 투입됐지만 몽골정부가 정권 교체 이후 당초 약속했던 철로 건설을 폐기하는 등 현지 여건이 악화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해 오랜 기간 방치돼 있었다.

그는 “몽골 과학기술대랑 협력해 친환경 성형탄을 개발했다”며 “몽골에선 석탄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난방수단이지만 온실가스배출과 환경오염 등의 문제 등으로 친환경 성형탄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고 전했다.

석탄공사는 3개 몽골 지방정부와 공동으로 채탄 작업을 진행한 뒤 석탄공사가 성형탄을 생산하면 울란바토르 정부가 이 성형탄을 직접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유 사장은 “하반기중에 국내 SOC(사회간접자본) 전문기업과 합작해 설비를 투입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몽골 정부도 사업에 우호적이어서 성형탄 사업이 잘 풀리면 몽골 내 다른 광산 개발 사업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유 사장은 몽골 성형탄 사업을 공익적 사업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일본은 몽골 신공항을 무상으로 지어주는 등 몽골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몽골에서 추진하는 각종 개발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며 “우리도 몽골 광산을 개발한 후 발전소를 짓고 현지 교육 훈련을 통해 일자리를 만드는 등 몽골정부를 돕는다면 을 높일 수 있도록 한다면 우호관계 증진을 통해 미래에 국가적 이익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석탄공사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공기업으로 다시 태어나 국가에 헌신할 수 있도록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은 제 임무이자 후임 기관장들의 가장 큰 임무입니다.”

석탄공사는 지난 70년간 1억9200만톤의 석탄생산을 통해 우리나라의 산업화와 근대화에 큰 역할을 했다. 탄광 지역내 산림녹화를 통한 공익적 기여가치는 무려 32조원에 달한다.

탄소중립은 기후위기라는 지구적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인 만큼 유 사장은 이에 부응하고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해 퇴직자 일자리 창출과 폐광지역에 신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등 지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에 그린뉴딜 정책의 하나인 산림뉴딜 사업 추진을 위해 정부 책임자들을 쫓아다니며 발품을 팔고 있다.

유 사장은 “지난 2월 당·정·청 회의를 거쳐 산업통상자원부 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계획수립을 위한 용역을 발주했다”며 “공사가 소유한 임야를 활용한 사업으로 석탄에서 나무로 정의로운 전환을 통해 광업소 근로자의 일자리를 계승하고 지역활성화를 위한 산업적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산림뉴딜의 궁극적인 목표다”고 설명했다.

재무상황 개선을 위해 유 사장은 마른 수건을 짜듯이 하고 있지만 기후위기 시대에 맞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 만들어 부채를 갚아나갈 수 있도록 정부가 새로운 구조를 짜야 한다고 했다.

석탄공사가 2조원에 이르는 부채를 떠안게 된 것은 경영부실 때문이 아니라 경제개발시기에 정부가 연탄에 대해 가격통제를 하면서 생산과 판매에서 발생한 적자를 고스란히 떠안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대안없는 구조조정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 사장은 “연탄이 서민들의 주연료이던 시절 정부가 연탄 가격을 통제하면서 발생한 사회적 비용을 석탄공사가 대신 떠안은 만큼 2조원의 부채를 공사만의 책임으로 떠넘겨선 안된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부채를 해소할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찾아야한다”고 말했다.

1965년 강원도 평창의 탄광촌에서 나고 자란 강원도 토박이다. 강원사대부고, 강원대 사학과 졸업하고 강원대 대학원에서 정치외교 석·박사를 받았다. 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처장, 춘천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사장, 사단법인 강원살림 상임이사, 강원도청 시민사회특보, 강원도산업경제진흥원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