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채용 확산 지방 취준생에게 기회될까

by정지윤 기자
2020.09.14 00:05:26

삼성·SK 등 주요기업 하반기에도 온라인 채용
채용설명회도 온라인으로...서울·지방 격차 좁혀
시간·교통비 절약은 있지만…나머진 ‘글쎄’
기회 균등 위해 지역 배려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상반기에는 대부분 취소했던 채용박람회가 하반기에는 비대면으로 열리고 있다. 채용절차도 온라인 필기시험이나 화상 면접 등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온라인을 활용한 채용설명회와 채용전형이 늘어나면서 지방에 있는 취업준비생에게는 기회가 되고 있다. 지방 취준생들은 그동안 수도권 중심으로 채용설명회 등이 이뤄지면서 시간이나 비용 등의 불리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방에 거주하는 취준생 A(26)씨는“서울에서 열리는 취업설명회에 참여하려면 하루를 온전히 투자해야 한다"며 "취준생 입장에서 왕복 교통비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면접·시험을 비롯해 인턴처럼 직무 체험의 기회 역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어 기회의 격차를 느낀다"고 전했다.

삼성·SK 등 주요기업 하반기에도 온라인 채용

올해 상반기 사상 처음 ‘온라인 필기시험’을 열어 현장시험에 따른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 등이 크다는 평가를 받은 삼성그룹은 이번에도 온라인으로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치를 예정이다.

상반기 종합역량검사(SKCT)를 오프라인으로 진행했던 SK그룹은 하반기 온라인 필기시험을 검토하고 있다. 이외에도 CJ, 포스코, 카카오 등 여러 기업들이 온라인 및 비대면 방식을 적극 도입할 전망이다.

(사진=취업포털 인크루트)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기업 1051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하반기 채용동향 조사에 따르면 ‘언택트 채용전형 도입비율’은 질문에 답한 503곳 중 57.3%로 상반기(44.9%)보다 2.4%가량 늘었다. 도입기업 10곳 중 7곳은 ‘코로나 안정 국면 이후에도 언택트 채용을 유지할 것’(71.7%)이라고 답했다.

채용설명회도 온라인으로...서울·지방 격차 좁혀

채용 절차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채용박람회도 변하고 있다.

채용 포털사이트 ‘워크넷’에 채용박람회를 검색한 결과, 작년 하반기 공공·민간채용박람회를 기준으로 서울·강원 13건, 경기·인천 11건, 부산·경남 6건이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 대구·경북 3건, 대전·충청 1건, 광주·전라·제주 지역은 0건으로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되어 지역 간의 격차가 있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온라인 채용박람회가 등장하며 이 같은 격차는 일부 해결될 전망이다.

한국기술교육대학교는 이달 7일부터 11일까지 온라인 채용박람회를 개최했다. 참여기업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을 비롯해 지역 중견기업·외국계 기업 등 20여곳.

이외에 현대차그룹, SK그룹 등 다수의 기업들은 채용 홈페이지와 유튜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온라인 채용설명회를 도입했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IBK 파이낸스타원에서 열린 '2020 온라인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서 각 은행 인사담당자들이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면접을 하고 있다. 이번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사진=뉴스1)

시간·교통비 절약은 있지만…나머진 ‘글쎄’

지방 취준생들은 온라인 취업박람회의 접근성에 대해 일부 긍정적 반응을 보였지만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26일에 진행된 금융권 대규모 비대면 취업박람회에 참여했던 취준생 김찬호(27)씨는 “시간적·경제적 측면에서 이번 온라인 채용박람회가 효율적인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채용 관계자가 취업관련 정보를 제공했지만 한정된 시간 탓에 궁금증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했던 것 같다”며 “실시간 채팅창으로 질문해도 진행 과정에서 사측이 모든 질문에 답을 하지는 못해 소통이 쉽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어 “취업난이 코로나보다 무서운 취준생 입장에서는 답답하기만 하다"고 전했다.

취준생 B(26)씨는 “지방에 거주하다보면 시간이나 비용을 고려할 때 수도권에서 실시하는 채용박람회 참가가 쉽지 않다"며 "온라인 채용설명회가 이런 문제점을 조금 해소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프라인 채용설명회의 경우 현장에서 궁금증을 바로 해소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채용설명회 개최지역을 늘려 온·오프라인 행사를 병행하는 것이 취준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기회 균등 위해 지역 배려 필요

온라인 채용 절차에 대해 취준생 C(26)씨는 “지방에 거주하는 입장에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누구나 도전할 기회가 주어진다고 생각한다"며 "서울에 올라가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 취업 준비를 위한 노력을 더 할 수 있다. 많은 기업이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다만 온라인 채용의 확산은 인재를 선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온라인 면접 등 온라인 채용절차는 서버를 비롯한 IT(정보기술) 시스템의 오류가능성이 있어 지원자를 정확히 평가하기 어렵다”며 “비대면 방식은 면접관의 입장에서 기업에 적합한 사람을 뽑기에 약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채용과정에서 온라인 외에도 다른 방안을 고민해야 지역간 기회균등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

임 교수는 “비대면 채용과정이 늘어난다고 해서 지역 간 기회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기회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기업 측에서 지역을 배려하는 채용과정, 면접관 지방 출장 등의 다른 방안들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스냅타임 정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