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증세 본격화…“1주택도 인상” Vs “집값 못잡아”
by최훈길 기자
2020.07.23 00:00:01
정부, 종부세·양도세·취득세 강화안 추진
기재부 “부동산 안정될 때까지 추가 대책”
與 “더 강화해야”, 똘똘한 한 채도 정조준
野 “반시장 세금 정책, 부동산 못 잡는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제53차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보유 과세 강화방안을 반드시 조속히 입법하겠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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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7·10 부동산 대책이 더 세질 전망이다. 여당이 정부안보다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취득세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다주택자뿐 아니라 서울 강남 등에 소위 ‘똘똘한 한 채’를 가지고 있는 1주택자의 세 부담도 늘어날 전망이다. 야당은 반시장적 꼼수 증세라며 부동산 감세를 촉구하고 나서 국회 심의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22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당정협의,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거쳐 이같은 ‘2020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앞으로 7월 국회에서 7·10 대책보다 강화된 의원 발의안도 병합심사가 진행될 것”이라며 “정부는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추가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세법 개정안에는 작년 12월16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올해 6월17일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 이달 7월10일 ‘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에서 발표된 내용이 모두 반영됐다.
종부세는 현행 0.5~3.2%에서 0.6~6.0%, 취득세는 1~4%에서 1~12%로 강화된다. 1년 미만 단기 보유 주택의 양도세는 40%에서 70%, 2년 미만 주택은 40%에서 60%로 오른다.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은 3년 만에 사실상 폐지된다.
양도세 관련 주택 수를 계산할 때 분양권도 주택으로 보고 세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당초 정부는 소득세법이 시행되는 시점에 보유 중인 모든 분양권에 이를 적용하기로 했으나, 22일 당정협의 결과 소득세법 개정안 시행 이후 새로 취득하는 분양권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홍 부총리처럼 분양권을 보유 중인 유주택자들이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법인이 보유한 주택에 대한 세 부담도 커진다. 법인이 투기 목적으로 주택을 사지 말고 업무에 필요한 최소한의 주택만 보유하라는 취지에서다.
법인 주택에는 종부세 기본공제(6억원)가 적용되지 않고 세 부담 상한은 폐지된다. 법인 주택 종부세율은 2주택 이하는 3.0%, 3주택 이상 또는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의 경우 6.0%를 적용받는다. 법인이 보유한 주택을 처분할 때 내는 법인세도 최대 45%로 10%포인트 높인다.
‘똘똘한 한 채’의 세 부담도 더 커진다. 정부는 시가 9억원 넘는 1주택의 종부세 세율도 과표에 따라 0.6~3.0%로 현재보다 0.1%포인트~0.3%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1가구 1주택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에 거주 기간 요건을 추가해, 거주하지 않을 경우 세 부담을 높이기로 했다.
정부는 7·10대책을 강화한 방안도 검토 중이다. 행정안전부는 증여 시 부과하는 취득세를 현재 3.5%에서 12%로 3.4배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보유세 회피 수단으로 증여를 선택하는 우회로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여당은 세율을 정부안보다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홍근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종부세 최고세율을 8.2%, 취득세 최고세율을 24%로 규정해 정부안보다 각각 2.2%포인트, 12%포인트 높였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1년 미만 단기 보유 주택의 양도세를 정부안보다 10%포인트 높은 80%로 인상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고가 1주택의 종부세를 0.75~4.05%로 현재보다 1.5배 강화 △12억원 넘는 고가 1주택 취득세를 3%에서 4%로 강화 등을 담은 법안도 추진 중이다. 정부는 1주택자에 대해서는 취득세를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지만, 박 의원 법안 내용이 반영되면 1주택자 취득세도 오른다.
다만 박 의원은 1회 이상 임대한 적 있는 1주택자를 양도세 비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검토했지만, 이달 발의한 법안에는 이 내용을 담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7·10 대책으로 종부세가 늘어나는 다주택자는 전 국민의 0.4%(2019년 기준) 수준으로, 실수요 장기 1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 부담은 크지 않다”며 “집값이 많이 오른 고가 1주택자의 경우에는 과세형평 측면에서 앞으로 보유세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는 “정부는 이번 대책을 반드시 조속히 입법하겠다”며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고 주택시장의 투기를 근절해 국민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에서 “종부세 대상자인 고가 1주택 보유 고령자 세액공제율 및 합산공제율 한도를 상향하는 것은 (세 부담을 낮추는 것으로) 형평성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1주택자 과세 강화를 촉구했다. 이어 “2년 미만 보유 주택 및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적용 시기도 2021년 6월 1일 이후로 너무 늦다”며 6월 전에 양도세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야당은 부동산 감세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은 “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면서 세금을 더 걷겠다는 것은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꼴”이라며 “조세 정책으로는 집값을 못 잡는다. 정부·여당은 부동산 가격 안정을 명분으로 한 반시장적 반헌법적 꼼수 증세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추 의원은 △내년까지 한시적으로 취득세 0.5%포인트·재산세 30%·양도세 인하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액을 12억원으로 상향 조정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0%로 법제화 △1가구 1주택자인 60세 이상 고령자의 종부세 50~90% 감면 △LTV(주택담보대출 비율)를 70%로 상향 등을 촉구했다.
홍기용 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인천대 경영학부 교수)은 “부동산을 비롯해 국민이 체감하는 세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증세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실거주자인 1가구 1주택에 대해서도 세 부담을 높이면 집값은 못잡고 정치적 부담만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너무 잦은 부동산 세법 개정으로 전문가들도 알 수 없는 세법이 됐다”며 “복지와 국가부채 감소를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면 보편적인 증세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똘똘한 한 채인 35억원 1주택자의 내년 보유세(종합부동산세, 재산세)는 올해보다 1000만원 넘게 오른다. 다만 시가 9억원 주택의 보유세는 큰 변화가 없다. 보유세는 종부세와 재산세 합계, 35억원 주택 보유세는 공제를 받지 않는 경우를 가정한 것. 단위=원 [출처=기획재정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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