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상윤 기자
2020.05.14 05:00:00
수출 감소에 2분기 제조업가동률 하락 전망
전력수급 우려 적어..계시별요금제 취지 무색
산업계 "한시적 여름철 할증 부담 완화 필요"
정부 "전력수급, 경기상황 등 따져 검토할 것"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산업계에서 일시적으로라도 산업용 전기요금 할증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전력은 전력수요가 몰리는 계절과 시간대에는 전기요금을 할증해 적용한다. 전력수요를 분산해 ‘블랙아웃’(전기수요가 공급능력을 넘을 때 발생하는 대규모 정전사태)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경영계에서는 코로나19사태로 인해 공장가동률이 뚝 떨어진 상황에서 전력난 우려를 이유로 할증제를 적용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전기요금 부담을 덜어주는 등 공장가동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계절 및 시간대에 따라 요금을 다르게 책정하는 ‘계시별 차등요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경제활동이 이뤄지는 시간대를 감안해 경부하(봄·가을철 23:00~09:00), 중간부하(09:00~10:00, 12:00~13:00, 17:00~23:00), 최대부하(10:00~12:00, 13:00~17:00)시간대로 나눠 전기요금을 차등 부과해 전력수요를 분산시키고 있다.
폭염과 혹한으로 전력수요가 몰리는 여름(6~8월)과 겨울철(11~2월)에는 전기요금을 할증 적용한다. 계약전력(한국전력과 한 달에 전기를 얼마나 사용하겠다는 계약) 300kW 이상을 이용할 경우 적용하는 산업용(을) 전기요금(고압A 선택II)은 최대부하시 여름철 전기요금은 봄·가을철에 비해 74.8%나 비싸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2분기이후 공장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어서 계시별 차등요금제 도입 취지가 무색한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수출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서다. 5월 들어 승용차 수출은 1년 전에 비해 80%나 줄었고, 석유제품도 76%,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역시 20% 가까이 감소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수출 충격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면서 “수출 부문 감소세가 지속되면 결국 산업활동, 특히 제조업 가동률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제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9년도 중소제조업 에너지비용 부담 현황조사’ 에 따르면 기업들은 ‘전기요금 상승으로 인해 생산원가가 올라 가격경쟁력이 저하’(94.7%)되는 것을 가장 우려한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전세계에 코로나19 여파가 미치면서 수출길이 막혀 공장 가동률이 뚝 떨어졌다”면서 “전에는 심야에 공장을 돌려 전기요금 부담을 줄였는데 야근수당을 감당해가면서 공장을 돌릴 필요도, 여력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전력은 1조원대 적자를 내면서 전기요금을 인하할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올해엔 상황이 다르다. 국제유가가 20달러대까지 뚝 떨어지면서 당장 1분기 실적부터는 대규모 흑자 달성이 기대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 실적은 유가에 연동되기 때문에 작년과 달리 올해엔 흑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산업용 전기요금은 원가회수율이 100%를 넘어선 만큼 전기요금을 조정할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국제유가가 큰폭으로 떨어져 한전의 발전비용이 급감한 만큼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라도 임시로라도 여름철 전기요금 부담을 경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