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월 400만원 버는 플랫폼 배달, 수입 늘었지만 보험 사각지대
by한광범 기자
2020.02.24 05:26:00
돈 되는 이륜차 배달..배달팁에 1천원 얹어줘 월평균 400만원
플랫폼, 라이더 수입 증가에 기여했지만 갈 길 먼 보험
배달노동자 사회적 논의기구 출범에 기대감
[이데일리 한광범 김현아 기자] 음식부터 가정 간편식, 신선식품과 생활편의품에 이르기까지 이륜차 배송이 안 되는 것이 없다.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마켓컬리·B마트 같은 플랫폼들이 인기를 끌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적은 양을 주문해도 배달해주고 저녁에 시키면 아침에 집 앞에 놓여 있거나 30분에서 한 시간 안에 배달이 이뤄진다.
이런 상황은 작고 빠른 이륜차(오토바이·스쿠터 등) 배달 종사자들을 늘리고 있다. 과거보다 수익은 늘었지만 건당 받는 배달료 구조 때문에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그럼에도 전체 5만~10만 명에 달하는 배달 종사자 중 유상운송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2만 명 수준(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추정)에 불과하다.
오토바이 배달하면 중국집이나 퀵서비스를 떠오르지만 구조가 달라졌다. 배달 종사자들은 특정 가게에 소속된 게 아니라 플랫폼의 배차앱을 깔고 호출이 오면 여러 음식점을 돌아다니며 배달하고 건당 배달료를 받는다. 국내 최대 배달앱배달의민족 자회사가 운영하는 ‘배민라이더스’의 경우 모든 보험을 가입해 주는 직고용 라이더(77명)와 원하는 시간에 일하는 지입제 라이더(2300여명), 아르바이트 형식인 커넥트(1만4000여명) 등이 있는데 지입제 라이더가 인기다. 수입이 더 좋기 때문이다. 배달료는 기본 배달료(1.5km이내 3000원)에 거리, 날씨 등을 반영한 할증료가 더해지고 지입제 라이더는 다른 업체 콜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라이더들이 주문 1건당 올린 평균 수입은 얼마일까. 배민 기준으로 건당 4342원이다. 고객이 배달앱에서 주문할 때 내는 건당 배달료(2019년 평균 3214원)보다 많다. 어찌 된 일일까.
배민이 고객이 지불한 배달료에 건당 1000원 이상을 보태 라이더에게 배달료로 줬기 때문이다. 배민 라이더의 12월 기준 월평균 수입은 423만원이다. 여기서 오토바이 대여료(월 약 33만4000원·유상운송보험 포함), 산재보험료(월 2만8350원·라이더와 회사가 절반씩 부담), 유류비(월평균 10만원 수준)를 빼면 월 376만7650원이 남는다. 플랫폼 기업들이 배달료에 인색하지 않은 것은 배민이나 쿠팡이츠를 이용하는 고객들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배달료가 싸서 라이더들이 배송을 꺼리면 플랫폼 기업도 손해다. 그래서 눈·비 오는 날에는 프로모션 형식으로 많게는 건당 1만5000원의 배송료를 준다.
업계 관계자는 “오토바이 퀵서비스의 경우 지역 대리점들이 퀵서비스 기사를 모집한 뒤 기사들이 프로그램(중개업체)을 통해 물건을 받을 때 콜당 많게는 30%를 떼기도 한다. 플랫폼 기업이 배달 시장에 등장하면서 라이더 수입이 좋아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륜차 라이더들은 격무와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지금과 같은 수익을 내기 위해선 하루 10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이 필수이고 교통 신호를 위반해야만 하는 구조”라고 했다.
라이더들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는 ‘억울하게 평점이 낮아 계정을 일시 정지당했다’는 하소연이 적지 않다. 고객이 평가한 배달 평점, 배달요청 수락률과 배달 완료율 등을 근거로 평점을 매기는데 ‘(사고가 날까 걱정되지만)신호위반을 적잖게 하면서 최대한 부지런히 움직였는데 주문자들로부터 악평을 받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 ▲쿠팡이츠 쿠리어(라이더)들의 평점 앱(출처: ‘쿠팡이츠전국연합 쿠리어모임’ 카카오톡 채팅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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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륜차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2013년 1만433건에서 2015년 1만2654건, 2017년 1만3730건 등 매년 증가 추세다. 하지만 법인소유 유상운송은 손해율과 보험료가 매우 높아 보험을 통한 종사자 보호가 어려운 상황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8년말 기준 법인소유 유상운송 이륜차 손해율은 150.2%이고 보험료는 118만원을 웃돈다. 가정용으로 타는 이륜차의 평균 보험료가 13만원정도임을 고려하면 배달료를 받고 음식 등을 배달하는 라이더들은 9배나 많은 보험료를 내야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4차위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 발전법’을 만들어 이륜차 배송업 인증을 받은 기업에 보험료 인하를 유도하고 장기적으로 이륜차 공제 설립을 지원하는 방안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고용노동부 등은 ‘(가칭) 배달노동자 사회적 논의기구’를 1분기 중 출범시키기로 했다. 당장 노동관계법이 플랫폼 노동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니 이해관계자들이 사회적 협약을 맺어 노동권을 보호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자는 취지다. 독일은 이미 불특정 다수 인력을 활용하는 플랫폼 기업과 종사자간의 공정한 협력을 위해 ‘옴부즈 오피스(Ombuds Office)’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