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式 'IB 정조준'…주목받는 '어벤저스급' 사외이사

by김정남 기자
2019.03.04 06:00:00

조용병式 '글로벌 IB' 경영전략 포석
"좋은 소리만 할 수는 없다" 얘기에도
'어벤저스급 사외이사진' 삼고초려
다른 지주들보다 사외이사 더 공들여
신한 지배구조 안정화에도 도움 줄듯
재일교포 중심 이사회 다변화 효과도

[그래픽=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신한금융지주가 ‘어벤저스급’ 사외이사진을 꾸리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사외이사진의 무게추가 글로벌 투자금융(IB) 쪽으로 옮겨오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신한금융 안팎에서는 임기 1년을 남긴 조용병 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말이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이번에 추천한 4명의 사외이사 후보가 주주총회 문턱을 넘을 경우 국내 금융지주사 중 가장 많은 11명의 사외이사진을 꾸리게 된다.

신한금융이 새로 추천한 인사는 이윤재 전 대통령 재정경제비서관(전 코레이 대표), 변양호 VIG파트너스 고문(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허용학 퍼스트브리지스트래티지 대표(전 홍콩금융관리국 대체투자 대표),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금융권은 이들의 남다른 무게감, 특히 IB 전문성에 놀라는 눈치다.

경제관료 출신(행시 11회)인 이 전 비서관은 토종 사모펀드(PEF)인 IMM 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내세운 인사다. IMM PE는 신한금융지주의 전략적 투자자(SI)로 약 15%의 지분을 가진 재일교포 그룹에 이은 사실상 2대주주다. IMM PE 고위관계자는 “금융기관에 대한 식견에 더해 명망이 있고 네트워크 역량이 좋은 분들을 쭉 찾다가 이 전 비서관을 추천했다”며 “신한금융과 주주들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을 많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지분 3.55%를 보유한 BNP파리바 몫의 필립 에이브릴 BNP파리바 일본대표도 사외이사로 일하고 있다. 에이브릴 대표와 이 전 비서관은 국내외 IB의 시각에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변양호의 귀환’도 화제다. 엘리트 관료 출신인 변 전 국장은 첫 토종 PEF인 보고펀드를 설립하며 ‘실전게임’을 뛰어본 인사다. 신한금융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변 전 국장이 사외이사 제안을 받고 가장 먼저 했던 얘기가 (신한금융이) 원하는대로 할 수만은 없고 독립적인 이사로 활동하겠다는 것이었다”며 “신한금융 입장에서도 그런(냉정하게 조언할 수 있는) 역할이 꼭 필요하다고 본 것”이라고 했다. 근래 변 전 국장은 블록체인 등 금융 혁신에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래 먹거리를 고민하는 신한금융과 경영상 협업 여지가 있다.

이 전 비서관과 변 전 국장은 지배구조 리스크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들이다. 신한금융은 금융에 밝은 두 베테랑 관료에게 지배구조가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길 기대하고 있다.



허 대표는 아시아 사모펀드 시장에서 이름을 날렸던 IB 거물이다. 홍콩금융관리국(HKMA)에서 대체투자 부문을 6년 넘게 이끌 당시 조셉 배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최고운영책임자(COO), 김수이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아태 대표 등과 함께 대표적인 한국계 큰 손으로 꼽혔다. HKMA는 한국으로 치면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한국투자공사(KIC) 등을 합친 기관이다. 홍콩 외환보유액은 4200억달러가 넘어 한국보다 더 많다. 허 회장은 평소 금융사의 글로벌 현지화와 차별화에 대한 소신도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률 전문가로 추천된 성 교수의 전공도 국제법이다. 그는 세계국제법협회(ILA) 한국회장과 대한국제법학회장을 역임한 국제법 분야 석학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어벤저스급 사외이사진을 두고 조용병식(式) 글로벌 IB 전략의 단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KB금융지주(7명), 우리금융지주(5명), 하나금융지주(7명) 등의 사외이사진은 신한금융지주(11명)보다 전체 숫자가 적을 뿐만 아니라 IB 전문가도 찾기 쉽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 구도도 다양화됐다. 당초 사외이사진의 무게중심은 재일교포 주주 쪽으로 쏠렸다. 김화남 제주여자학원 이사장, 박안순 재일본대한민국민단 중앙본부 의장, 최경록 CYS 대표이사(전 게이오기주쿠대 연구원), 히라카와 유키 레벨리버 대표이사 등 4명이다.

하지만 추천된 이사들이 이달 말 주주총회에서 승인 받으면, 그 구도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비서관과 변 전 국장, 허 대표에 더해 에이브릴 대표까지 IB 사정에 밝은 이가 4명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리딩투자증권 회장을 역임한 박철 전 한은 부총재도 이 분야에서 잔뼈가 굵다. 재일교포 주주만큼의 ‘결사체’는 아니지만 경영 전략의 다양화를 꾀할 토대는 마련됐다는 얘기다.

신한금융지주 고위관계자는 “새 사외이사 명단을 보고 놀라는 직원들이 많았다”며 “다변화된 이사진을 통해 시너지를 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