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상 최우수작]④ 국악 '서영호의 산조의 밤'

by이정현 기자
2019.01.31 05:02:00

''제6회 이데일리 문화대상'' 국악부문 최우수작
남도서 활약하는 서영호 연주자의 산조 공연
우리 전통 고수하며 자신만의 음악세계 확장
뛰어난 연주력 뒷받침…"과소평가된 국악인"

‘서영호의 산조의 밤’의 한 장면(사진=서영호 명인)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우리 국악은 기로에 서 있다. 퓨전을 통한 대중화와 우리 소리의 정통성을 지키는 갈림길이다. 무엇이 낫다 그르다 판단하기 어렵다. 두 가지 요소를 양립해 조화를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제6회 이데일리 문화대상’이 국악부문 최우수작으로 선정한 ‘서영호의 산조의 밤’은 전통과 창작 사이에 선 우리 국악인의 고민과 하나의 해답을 담은 공연이다. 서영호(65) 명인이 지난해 6월 21일 광주 서구 빛고을국악전수관에서 열었다. 명인이 만든 서영호 류 거문고 산조와 가야금 산조를 연주했다. 이날 공연에선 김청만 명인, 박양덕 명창 등과 함께 산조뿐만 아니라 판소리, 시나위 합주 등도 선보였다.

서 명인은 국악계 거장이던 고 서용석 명인의 아들이다. 아버지에서부터 이어받은 뛰어난 연주력과 탁월한 작곡능력을 겸했다. 김무길 명인에게 거문고 산조를 사사했으며 그것을 토대로 서영호 류 산조를 만들고 다양한 악기의 특징을 살려 자신만의 류파를 이어왔다. 이번 공연도 다양한 악기의 산조를 한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무대로 주목받았다.

서 명인은 악기를 연주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이 직접 만들어낸 곡을 연주한다는 점에서 국악계의 관심을 받는다. 섬세하면서도 웅장하며 애절한 가락이 특징이다. 남도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우리의 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심사위원단은 “서영호는 매우 과소평가 된 국악인 중 하나”라며 “퓨전보다는 우리 전통을 충실히 따르며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펼친다는 점을 높게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명인은 국립민속국악원 기악부 수석단원, 남원시립국악단 기악부 지도위원, 국립남도국악원 기악부 수석단원을 역임했다. 1986년 한국국악협회 국악경연대회 대상을 필두로 각종 국악대회에서 최우수상과 장원을 휩쓸었다.

국악부문 최우수상을 두고 ‘서영호의 산조의 밤’과 경쟁을 벌인 작품은 윤형욱의 피리연주회 ‘향’과 비온뒤 ‘장단DNA 김용배적 감각’ 등 쟁쟁한 공연들이었다. ‘향’은 정악과 민속악을 모두 아우르며 수준 높은 연주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장단DNA 김용배적 감각’은 지난해 사물놀이 40주년을 맞아 이를 창시한 고 김용배를 추모하고 오마주했다는 점, 국악에 담긴 장단의 DNA를 일깨웠다는 점에서 호평이 나왔다. 이밖에도 독일 내 고려인 포로의 삶을 추적한 정가악회의 ‘아리랑, 삶의 노래-흩어진 사람2’도 올해가 3·1운동 100년이란 점에서 주목받았으나 최종 선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격론 끝에 심사위원단은 ‘서영호의 산조의 밤’을 최우수작으로 선정했다. 서울 등 수도권이 아닌 광주에서 열린 공연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심사위원단은 “우리 전통을 고수하면서 창작까지 겸한다는 점, 뛰어난 연주력을 자랑한다는 점에 주목해 최우수작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국악부문 심사위원

김주홍 노름마치예술단 대표, 김진이 문화기획통 대표, 남화정 국악방송 작가 겸 객원피디, 송현민 음악평론가, 유영대 고려대 한국학 교수, 유은선 국악작곡가, 이소영 음악평론가, 이용탁 작곡가 겸 지휘자, 현경채 국악평론가(가나다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