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엔 쉬어야죠"…취준생도 직장인도 '나홀로 추석'

by손의연 기자
2018.09.24 07:00:00

[당신의 추석은 안녕하십니까]
각종 설문조사 결과 절반 가량이 귀향계획 없어
직장인들 연휴기간 호캉스·해외여행 준비
취준생도 친척들 관심에 집에서 홀로 휴식
"기성세대와 달리 고향에 대한 정서적 의미 없어"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2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내 면세구역이 여행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모처럼 찾아온 연휴인데 혼자 푹 쉬려고요.”

서울 한 중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하는 박모(29·여)씨는 이번 명절에 고향에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 고향집은 서울에서 멀지 않은 경기도 남양주지만 혼자만의 휴식을 갖기 위해 부모님께 양해를 구했다.

윤씨는 “열 달 넘게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심신이 지쳤다”며 “명절에 고향에 가면 친척 동생들에게 시달려야 하고 여기저기 지출도 많아 차라리 서울에서 혼자 지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나홀로 추석’를 선택하는 20~30대가 늘고 있다. 주말보다 길게 쉴 수 있는 명절 연휴에 취업준비나 직장생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홀로 쉬며 재충전하겠다는 이유에서다.취업포털 인크루트와 아르바이트 O2O 플랫폼 알바콜이 직장인과 구직자 1106명을 대상으로 한 공동 설문조사에 따르면 ‘추석에 귀향 계획이 없다’는 응답자가 53%로 조사됐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설문에 참여한 2229명 가운데 46.7%는 ‘올 추석 친지 모임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응답군별로 취준생의 52.8%가, 직장인 중 44.8%가 친지 모임에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직장인이나 취업준비생이 혼자 명절을 보내겠다는 이유로는 취업과 직장생활 등에 시달려 기력을 소진한 이른바 ‘번아웃’ 증상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기성세대와 달리 연휴에 자신이 하고 싶었던 걸 하는 자기중심적인 경향이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명절에도 비용과 시간을 소요하며 스트레스를 받느니 온전히 자신의 휴식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청년이 많아진 것이다.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윤모(30·여)씨는 “올해 추석은 짧고 연말까지 쉴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서울에 있는 호텔 싱글패키지를 구매했다”며 “명절에 드는 비용으로 좋은 데서 쉬고 맛있는 걸 먹고 영화 보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여행 커뮤니티에도 연휴 동안 짧게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를 추천해달라는 글이 줄을 잇는다.

취업준비생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공기업을 준비 중인 김모(28)씨는 “친척들의 관심을 받기 싫어 이번 명절엔 고향에 가지 않기로 했다”며 “혼자 쉴 시간과 공간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조용한 집에서 책을 읽고 영화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성세대는 특별한 때에 고향을 방문하는 걸 당연시하는 반면 지금의 젊은 세대는 고향을 방문해야 한다는 정서적 의미를 갖고 있지 않다”며 “연휴에 여행 등 하고 싶었던 걸 하는 청년들의 모습은 요즘 세대의 경향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