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권한남용' Vs '하극상'…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내분 격화
by이승현 기자
2018.05.16 05:00:00
안미현 검사, "검찰총장, 권성동 소환계획에 질책"
수사단 "총장, 권성동 영장청구 보류…약속과 달리 수사지휘”
대검, ''보강수사 지시''·''수사단 요청에 전문자문단 구성'' 반박
수사단 이례적 문제제기애 검찰내부 분열 양상
| 문무일 검찰총장이 1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차량에 탑승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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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현직 평검사와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단장 양부남 광주지검장)이 15일 하루 동안 문무일(57·사법연수원 18기) 검찰총장이 이 사건 수사에 사실상 외압을 가했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현직 검사와 수사단은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법제사법위원장) 소환문제와 이후 영장청구 등에 문 총장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상급기관인 대검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한 춘천지검의 부실수사 의혹이 일자 별도의 독립적인 수사단을 구성해 재수사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검찰 수장의 외압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내부적으로 심각한 갈등양상을 보이고 있다.
안미현(39·41기) 의정부지검 검사는 이날 오전 10시쯤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문 총장이 지난해 12월 이영주 당시 춘천지검장이 권 의원 소환조사 필요성을 대면 보고하자 심하게 질책했다고 주장했다.
안 검사 변호인은 “문 총장이 ‘국회의원의 경우 일반 다른 사건과 달리 조사가 없이도 충분히 기소될 수 있을 정도가 아니면 소환조사를 못한다’며 이해할 수 없는 지적을 했다”고 말했다.
다. 변호인은 또 수사단이 권 의원과 김우현(52·22기) 대검 반부패부장 등 사이에 다수의 통화가 있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 3월 수사단의 대검 반부패부 압수수색 대해서도 “언론 보도와 달리 그날 압수수색은 저지돼 제대로 집행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안 검사는 “수사단이 정치적 이유 등 다른 요인에 의해 뜻하는 것을 진행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누구든 개입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앞서 안 검사는 지난 2월 4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가 진행되던 지난해 4월 당시 최종원 춘천지검장이 수사 조기종결 지시를 내렸다며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은 안 검사의 인터뷰 직후인 2월 7일 서울북부지검에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을 설치해 수사에 나섰다.
대검은 사실관계가 다른 부분이 많다며 안 검사의 주장을 반박했다. 대검 관계자는 “당시 권 의원에 대한 혐의가 소명되지 않아 소환조사를 허가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증거확보가 미흡한 상황에서 현직 국회의원을 소환할 경우 ‘보여주기식’ 수사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에 보강수사를 지시한 것 뿐이란 설명이다.
대검 측은 또 반부패부 압수수색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부인했다. 수사단이 당일 캐비닛의 모든 서류와 컴퓨터에 보관된 자료 등을 가져갔으며 다만 디지털 증거 포렌직 작업은 업무지장 우려 때문에 이틀 뒤에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문 총장은 이날 오전 11시 55분쯤 대검에서 취재진을 만나 “(강원랜드 수사와 관련해 춘천지검장을) 질책한 적이 있다” 했다. 문 총장은 “수사에 대한 논의과정에서 이견을 제시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안 검사의 기자회견에 이어 이날 오후 2시 30분쯤 이번에는 수사단이 문 총장의 수사 개입을 주장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수사단은 보도자료를 내 “권 의원을 (4월 27일) 소환조사한 후 지난 1일 ‘내일 구속영장 청구예정’이라고 문 총장에게 알리자 수사지휘권을 행사를 통해 가칭 ‘전문자문단’ 심의를 거쳐 청구 여부를 결정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수사단은 강원랜드 수사에 대한 외압 의혹과 관련해 검찰 고위간부 기소가 타당하고 판단하고 문 총장에게 객관적 검증을 위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 그러나 문 총장이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고 한다.
수사단에 따르면 양 수사단장은 이에 “수사단 책임하에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문 총장은 승낙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그러면서 “수사단 출범 당시의 공언과 달리 지난 1일부터 (총장이)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문 총장이 당초 수사단에 수사 기한이 없고 보고도 받지 않겠다며 철저한 독립성 보장을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수사지휘권 행사로 이 사건에 직접 개입했다는 것이다.
수사단은 “권 의원 영장청구의 경우 수사보안상 전문자문단 심의가 부적절하다고 의견을 제시했고 이에 문 총장이 동의해 심의 없이 청구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범죄사실 범위의 확정을 위해 전문자문단의 심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 영장청구를 연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검은 수사단 주장의 사실관계는 인정했다. 대검은 그러나 문 총장이 △수사단의 수사심의위 소집요청을 거절한 것 △‘수사단 자체 처리’ 요구에도 전문자문단을 구성토록 한 것 △권성동 의원 영장청구 여부를 전문자문단 심의를 받도록 한 것 등이 수사지휘라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 입장이다.
대검 관계자는 이날 오후 6시 경 기자들을 만나 “수사단의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에 대해 대검은 ‘엄정한 법리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문 총장은 고검장과 검사장으로 구성된 회의체를 구성해 예규에 따라 결정하라고 지시했다. 여기에 외부인사도 포함됐으면 좋겠다는 수사단의 요청을 받아들여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자문단을 운영했다. 그게 전말이다”고 설명했다.
수사단은 채용비리 혐의를 받는 권 의원을 지난 4월 27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한 상태다. 수사단은 동일한 혐의를 받는 같은당 염동열 의원의 구속영장은 청구했다.
|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안미현 의정부지검 검사가 15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 교육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무일 현 검찰총장 역시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이 있다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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