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D-62]선수로 안 뛰어도…운명 건 또다른 ‘잠룡’들

by이승현 기자
2018.04.12 05:00:00

홍준표·유승민 지방선거 결과 따라 차기 대권 행보 영향
한국당, 광역단체 6석..미래, 수도권 2위·TK 공략이 관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사회주의 개헌ㆍ정책 저지투쟁본부 임명장 수여식에서 홍준표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이번 지방선거에 명운이 달린 잠룡은 선수로 뛰는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니다. 직접 출마하지 않아도 선거를 총괄하는 당 대표들 역시 선수만큼이나 큰 책임을 지게 된다. 특히 지난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치적 리더십을 평가받게 된다.

우선 홍 대표는 광역단체장 6석에 당 대표 자리를 걸었다. 6석은 영남 5곳(경남·부산·대구·경북·울산)에 수도권 1곳이다. 그는 지난해 9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부산, 인천, 대구, 울산시장, 경남, 경북지사 자리를 지켜내지 못하면 책임을 지겠다”며 “지방선거에서 패하면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 대표의 목표는 아직까진 달성이 불투명해 보인다. 대구, 경북 정도만 한국당이 이길 가능성이 높다. 나머지 지역의 경우 민주당 후보와 박빙이거나 오히려 뒤지고 있다. 홍 대표의 바람대로 6곳 이상 한국당이 가져가게 되면 홍 대표는 내년 총선까지 당 대표직을 유지하면서 총선 공천권까지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또 차기 대권 도전 역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이 패하게 되면 홍 대표는 그 책임을 지고 당 대표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근 당내에서 홍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고, 일부 중진의원들이 공개적으로 홍 대표의 리더십에 문제 제기를 하고 있어 당 대표 자리를 계속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홍 대표의 경우 국회의원 신분이 아니어서 대표에서 물러나면 ‘자연인’ 상태가 돼 다음 총선전까진 정치 일선으로 복귀가 사실상 어렵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 패배가 곧 홍 대표의 대권 도전 무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만약 홍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되면 당내에 있는 김무성 의원이나 장외에 있는 황교안 전 총리 등이 차기 당 대표로 등판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보수야당의 차기 대권주자가 교체되게 되는 셈이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제9차 의원총회에서 이마를 만지며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연합뉴스)
유승민 공동대표 역시 홍 대표와 입장이 비슷하다. 유 대표는 최근까지도 당내에서 이번 지방선거 출마 권유를 받았다. 하지만 유 대표 본인이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확고히 하면서 사실상 불출마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에 따라 유 대표는 지방선거를 총지휘하면서 그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유 대표는 전체 지방선거에서의 성과보다 한국당과의 경쟁 결과가 더 중요한 평가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도권에서 한국당을 제치고 2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지 여부와 유 대표의 터전인 대구·경북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낼지가 관건이다.

수도권은 안철수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로 우선 분위기는 잡혔다는 게 당내외의 평가다. 안 전 대표를 간판으로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들이 선거 운동을 펼칠 수 있어서다. 반면 대구·경북은 아직까지 마땅한 후보를 찾지 못했다. 유 대표 역시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차기 대권 도전 여부가 결판날 것으로 보인다. 기대만큼 성과를 낼 경우 대권 주자로 위상을 이어갈 수 있겠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을 때는 2선 후퇴가 불가피하다.

또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보수진영 개편 가능성도 높다. 한국당이든 바른미래든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는 쪽으로 힘의 균형이 쏠릴 것이란 예측이다. 두 보수정당이 모두 패배할 경우에는 차기 총선과 대선까지 진보진영에 승리를 내주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