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몸이 비밀번호, 생체인증]②지문을 넘어 진화한다

by이유미 기자
2017.07.07 04:52:37

지문·홍채·안면인식은 기본
정맥·음성·수기서명 등 다양한 솔루션 개발

[이데일리 이유미 기자] 온라인뱅킹이나 모바일뱅킹에 서툰 김용식씨는 이제 집안 쇼파에 누워 아들에게 용돈을 보낼 수 있게 됐다. “아들에게 용돈 30만원 보내줘”라는 말만 하면 끝이다.

스마트폰으로 송금이 가능해진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송금을 하려면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 비밀번호가 필요했다. 은행에 가는 수고로움은 덜었지만 송금은 여전히 귀찮았다. 생체인증이 도입되면서 보안카드와 비밀번호가 지문으로 대체가 되더니 이제는 음성인식 덕분에 ‘말 한마디’로 송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문이나 홍채 등 내 생체정보를 어딘가에 저장을 한다는 사실이 꺼림직한 이진선씨. 아무리 편리하지만 혹시나 내 생체정보가 유출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그래서 그는 본인인증 수단으로 지문이나 홍채인식이 아닌 ‘수기서명 생체인식’을 선택했다. 간단하게 서명하는 행위를 통해 서명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이 가능해지는 시대가 온 것이다.

지문인식은 이미 기본적인 생체인증 기술이 됐고, 기업들은 더 편리하고 보안성을 강화한 다양한 생체인증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뛰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로그인을 하거나 간편결제나 소액 송금을 할 때 지문인식을 쓰는 것은 상용화됐다. 그래서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홈 버튼이 아닌 스마트폰 화면에서 바로 인식이 가능한 스크린 일체형 지문인식 기술을 개발 중이다. 또 모바일을 벗어나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문인식 센서를 탑재한 키보드를 출시했으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노트북 자판 오른쪽에 지문인식 센서를 넣었다.

지문인식이 상용화되면서 홍채인식과 얼굴인식도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8은 홍채인식과 얼굴인식 기능을 탑재했다. 어두운 곳에서는 잘 인식되지 않은 불편함이 있지만 홍채인식과 얼굴인식은 사람마다 구분지을 수 있는 특징점이 40개의 식별 특징을 갖는 지문보다 많기 때문에 보안성이 뛰어나다. 홍채인식은 사람의 눈에서 중앙의 검은 동공과 흰자위 사이에 있는 도넛 모양의 홍채를 이용한다.

안면인식은 얼굴 형태보다는 코와 입, 눈썹, 턱 등 얼굴 골격이 변하는 부위를 분석해서 인식한다. 기업들마다 얼굴인식 알고리즘이 조금씩 다르며 어느 수준까지 동일인으로 볼지에 대한 인정률도 다르다. 최근에는 성형이나 화장을 하더라도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으며 살아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도 판단이 가능하다.

생체인식은 나아가 정맥이나 음성 등으로 발전하고 있다. 다양한 생체인증 중에 가장 보안성이 뛰어난 것은 정맥인식으로 알려져 있다. 정맥은 사람 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사람마다 정맥 패턴이 다르다. 다만 정맥인식을 위해서는 별도의 기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지문인식처럼 대중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세븐일레븐은 카드나 현금, 모바일 등의 별도 결제수단 필요 없이 손바닥 정맥인증만으로 결제가 가능하게 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도 ATM기에 정맥인증을 도입했다.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 특성상 본인인증수단을 보다 강화한 것이다.

BC카드는 목소리로 본인확인이 가능한 음성인증 방식을 최근 국내 금융사 중 최초로 도입했다. 우리은행도 삼성전자의 인공지능(AI) 비서 ‘빅스비’를 통해 음성으로 금융거래가 가능한 서비스를 출시했다.

음성인식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한국스마트인증의 황재호 과장은 “음성 인식 기술은 다른 생체 인식 기술과 달리 카메라 등 특정 기기에 접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멀티태스킹, 특히 운전 중에도 사용가능하다”면서 “지난 1월 열린 CES에서 올해의 핵심기술로 음성 인식을 꼽히고 IT기업들이 앞다퉈 인공지능(AI)스피커를 선보이는 만큼 음성비서서비스와 함께 음성인식 기술도 계속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큐브 ‘시큐사인’
사람의 생체 특성 뿐 아니라 걸음걸이나 서명 등 행동 패턴을 통한 본인인식 기술도 연구 중이다. 지문이나 홍채 등 생체 특성은 유출되면 변경이 불가능하지만 행동 패턴은 일정시간이 지난 후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에 새로운 생체인식기술로 각광을 받고 있다.

걸음걸이는 사람마다 형태가 조금씩 다르며 신경, 근육, 뼈 등의 특성에 따라 걸음걸이 형태가 조금씩 차이가 난다. 서명 행동도 사용자가 서명을 할 때 누르는 압력이나 쓰는 속도, 글씨가 휘어지는 각도, 기울기 등이 다르며 이를 통해 본인을 확인하게 된다 .

수기서명 본인인증솔루션 ‘시큐사인’을 개발한 시큐브의 홍기융 대표는 “수기서명의 가장 큰 특징은 만약 유출이 되거나 도용이 되더라도 변경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라면서 “서명을 하는 행위는 당사자가 직접 의도를 갖고 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향후 부인방지 효과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설명

-생체인식 기술 : 사람의 신체적, 행동적 특징을 자동화된 장치로 추출해 개인을 식별하거나 인증하는 기술. 바이오인식 기술이나 바이오메트릭스라고 함. 생체인식 기술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가지고 있으며 각 사람마다 고유해 변하지 않고 변화시킬 수도 없으며 센서에 의한 획득과 정량화가 쉬운 특징을 갖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