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엉터리 통계’근거로 실업청년 돈 주겠다는 정부

by박종오 기자
2016.03.17 06:00:00

△서울 중구 장교동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건물 벽에 정부가 지원하는 청년 인턴 사업 참여자를 모집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김상윤 기자] 정부가 엉터리 통계 수치를 근거로 일자리를 찾는 청년에게 주는 지원금을 대폭 확대하려는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달 공공 취업 프로그램을 통폐합하고 청년을 채용한 기업에 주던 고용 보조금을 청년 구직자에게 직접 주는 내용을 뼈대로 한 ‘청년·여성 일자리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보조금 정책을 바꾸는 근거는 지난달 24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오른 국회 예산정책처의 2010년 보고서다. 예산정책처는 2009년 당시 중소기업 취업자에게 직접 지급하는 ‘취업장려수당’의 고용 효과가 예산 1억원당 59.9명이었지만, 사업주에게 주는 ‘신규고용촉진장려금’은 13.9명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애초 직원을 뽑으려던 기업에 인센티브를 줘봐야 인건비 절감에 쓸 뿐 일자리 창출 효과가 낮으니 구직자에게 직접 돈을 주자는 것이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이는 기준이 제멋대로인 허위 통계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쪽(개인 취업수당)은 조사 당시 보조금을 월 30만원씩 받고 있는 취업자 수를 셌고, 한쪽(기업 고용장려금)은 보조금 지급이 끊기고 6개월 후 계속 취업 중인 인원을 과거에 견줘 ‘추정’했기 때문이다. 고용 보조금 효과는 보조금 지급 종료 후 일정 기간이 지난 시점의 취업 유지자 수를 기준으로 따지는 것이 상식이다. 보조금을 받다가 지원이 끊기면 회사를 관두는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추후 같은 사업을 재분석한 정부 보고서 결론도 예산정책처와 확연히 달랐다. 고용노동부가 2011년 한신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2009년도 취업장려수당 수급 실태를 다시 조사한 결과, 참여 근로자 1734명 중 829명이 보조금만 받고 중간에 일을 관뒀다. 보고서에 따라 보조금 지급 기간 중 취업자 탈락률도 23.4%(예산정책처)에서 47.8%(고용부)로 두 배 이상 높아지는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애초 목적과 대상이 다른 사업을 단순 비교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며 “정부 부처 안에서도 ‘이 숫자가 대체 어디서 나온 것이냐’는 논란이 크다”고 말했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고용부의 ‘고용 보조금 제도 개편 방안 연구’ 비공개 보고서를 보면 “청년에게 직접 보조금을 주려면 소규모 실험 사업을 먼저 한 뒤 성과를 보고 확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고용부는 작년 말 완료된 이 문건을 바탕으로 자체 제도 개편을 준비해 왔다.

논란이 된 예산정책처 보고서를 대표 집필한 유길상 한국고용정보원 원장은 “숫자 하나만 보고 보조금 지원 대상을 단순히 개인에서 기업으로 바꾸는 건 큰 의미가 없다”며 “복잡한 정부 고용 프로그램을 통폐합하자는 것이 자문회의에서 제안한 핵심인데 취지를 못 살린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한 노동정책 전문가는 “어느 쪽이든 정부 돈이 새는 ‘도덕적 해이’를 막고 고용 지속성을 높일 수 있는 디테일한 제도 설계에 답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용어 설명

고용 보조금 : 정부가 일자리 창출·촉진·유지를 위해 고용보험기금·세수 등을 활용해 개인이나 기업에 지급하는 지원금. 현재 보조금을 지원하는 청년 고용 사업으로는 ‘취업성공패키지Ⅱ’(개인 지원), ‘중소기업 청년취업인턴제’(개인·기업), ‘고용촉진지원금’(기업) 등이 있다.

예산정책처 보고서의 취업장려수당은 중소기업 구인난 해소를 목적으로 2009년 6월부터 2011년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한 제도다. 신규고용촉진장려금의 경우 고용촉진지원금으로 이름을 바꿔 현재 취약계층 고용 기업에 주로 지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