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新빅딜시대]문어발 확장의 종말…키 플레이어 찾아 선택과 집중

by이재호 기자
2015.11.02 05:00:00

삼성·롯데 3조원 ''빅딜''…''선택과 집중'' 전략
SK 반도체'', LG 車부품에 재도약 승부 건다
굵직한 M&A 지속…산업별 지각변동 일으켜

[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재계가 주력 사업을 대상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장기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은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거나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식으로 미래를 이끌 ‘키 플레이어’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주요 기업 계열사 간의 이합집산이 숨가쁘게 진행되면서 해당 산업의 지형도도 새롭게 그려지고 있는 모습이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과 롯데는 지난달 30일 3조원대 ‘빅딜’을 성사시켰다. 롯데케미칼(011170)이 삼성SDI(006400) 케미칼사업부문과 삼성정밀화학(004000), 삼성BP화학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이번 거래는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삼성은 지난해부터 석유화학 계열사를 정리하는 작업을 추진해 왔다. 시장에서 1위에 올라서지 못할 바에는 수요가 있을 때 매각해 그룹 재편 작업을 위한 유동성을 확보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이렇게 마련한 실탄은 그룹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반도체 사업과 미래 성장동력인 바이오 사업에 대한 투자 재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롯데는 유통과 더불어 석유화학 부문을 그룹의 핵심 축으로 삼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특히 이달 초 진행될 시내면세점 특허 입찰에서 기존 면세점 수성에 실패할 경우 석유화학 사업의 비중이 더 커질 수 있다.

롯데 관계자는 “이번 빅딜로 석유화학 사업이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며 “범용 제품과 더불어 고부가가치 제품까지 라인업에 추가하게 돼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대기업들도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에 나서고 있다. SK는 SK하이닉스(000660)를 그룹의 새 얼굴로 띄우는 중이다. 정유·화학과 이동통신의 경우 현상 유지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룹의 성장은 반도체 사업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태원 회장이 지난 8월 출소한 직후 가장 먼저 발표한 투자 계획도 46조원 규모의 반도체 육성 방안이었다.



LG는 자동차부품과 배터리 사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3분기 3000억원 미만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LG전자(066570)는 VC(자동차부품)사업본부 외에 돈을 벌어줄 곳이 없는 상황이다. 스마트폰과 TV, 생활가전 등은 성장 정체 국면에 진입했다. LG전자 VC사업본부와 LG화학(051910), LG이노텍(011070)이 보유한 자동차부품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성장 잠재력도 크다. 지난달 27일 중국 난징에서 열린 전기차배터리 공장 준공식에 구본무 회장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등 주요 경영진이 총출동한 것에서 그룹 차원의 기대감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삼성으로부터 방위산업과 석유화학 계열사를 넘겨받아 올해 편입 절차를 완료한 한화(000880)도 도약을 꿈꾸고 있다. 지난해 기준 매출 8조7914억원의 한화토탈은 그룹 내 제조부문의 최대 계열사로 올라섰다.

주요 기업들의 ‘키 플레이어’ 육성책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석유화학의 경우 LG화학이 독보적인 1위였으나 롯데와 한화가 덩치를 키우면서 3강 체제로 재편됐다.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LG화학이 22조원 수준이며 롯데와 한화가 19조원대로 추격하는 양상이다. 롯데는 고부가 합성수지(ABS)와 유기화학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효과도 거뒀다.

한화는 기존 ㈜한화에 삼성에서 넘어온 한화테크윈(012450)과 한화탈레스가 가세하면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와 함께 국내 방위산업 시장을 양분하게 됐다. SK하이닉스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005930)에 한 발 뒤쳐져 있었지만 그룹 차원의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지면서 판을 흔들 수 있는 계기를 모색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그룹의 생존을 책임지고 재도약을 이끌 핵심 사업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를 위한 인수·합병(M&A)과 투자 확대가 앞으로도 상당 수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