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하반기 '역대급' 분양..미분양도 역대급 될라

by김성훈 기자
2015.07.15 05:30:00

경기도 용인 하반기에 1만 9000여 가구 분양
역대 최대치 2008년 상반기(1만 863가구)대비 75%↑
대림·포스코·롯데건설 등 대규모 분양 이끌어
단지 경쟁력 없다면 미분양 사태 재현될지도

△ 경기도 용인에서 올해 하반기 1만 9000여가구가 쏟아져 나온다. 대우건설과 신영이 최근 용인에서 개관한 ‘역북 지웰 푸르지오’ 모델하우스 앞에서 방문객들이 길게 줄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신영]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깊은 침체에 빠졌던 경기도 용인지역 분양시장에 올해 하반기 큰 장이 선다. 시공능력순위 10위권인 대림산업(000210)과 포스코(005490)건설, 롯데건설 등이 1만 3000여가구를 분양하는 등 2만 가구 가까운 물량이 올 연말까지 쏟아지기 때문이다. 정부의 잇단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과 기준금리 인하로 달아오른 시장 분위기를 이어가려는 건설사들의 눈치 싸움이 빚어낸 결과다.

그러나 짧은 기간에 기록적인 물량이 몰려 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는 이른바 ‘치킨게임’이 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분양가나 편의시설, 교통 여건 등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용인지역을 강타했던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다.

건설업계와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7~12월) 용인지역에서 1만 9138가구의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분양될 예정이다. 이는 최근 10년 새 공급이 가장 적었던 2012년 상반기(625가구) 물량을 30배 웃도는 수치이자, 최대치였던 2008년 상반기(1만 863가구)보다도 75%(8100가구) 증가한 것이다.

시공순위 10위권인 포스코건설(3위)과 대림산업(4위), 롯데건설(7위)이 전체 물량의 72%(1만 3797가구)를 내놓으면서 분양시장을 이끌 태세다. 대림산업은 하반기 물량으로는 창사 이후 최대치인 2만 7473가구(전국 18개 사업장)를 공급한다. 특히 오는 10월 처인구 남사지구에서 선보일 6800가구(전용 44~111㎡·6개 단지) 규모의 ‘e편한세상 타운’이 눈길을 끈다. 단지별로 나눠 분양하지 않고 한번에 전 물량을 공급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포스코건설도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사업장 3곳(수지구 동천동·기흥구 구갈동·처인구 역삼동)에서 총 4170가구를 분양한다. 이달 3일 수지구 동천동 917번지에서 분양한 ‘수지동천더샵 파크사이드’는 325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519건이 청약해 평균 1.59대 1의 경쟁률로 전 주택형이 순위 내 마감했다. 내달에는 기흥역세권지구 3-1블록에 들어서는 ‘기흥역 더샵’1394가구(아파트 1219가구·오피스텔 175실)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10월에도 처인구 역삼지구 R1-4블록에서 더샵 아파트 2446가구(예정)가 분양될 예정이다.



롯데건설은 수지구 성복동 대형 물류창고 부지에 3000가구 규모의 복합 주거단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오는 10월께 성복동 23 일대(6만 2000여㎡)에 아파트 2357가구(전용 84~101㎡)와 오피스텔(전용 30㎡ 내외) 645실 등 총 3002가구를 내놓을 예정이다. 내년 2월 개통 예정인 지하철 신분당선 성복역(가칭)을 중심으로 대형 마트와 영화관, 쇼핑몰 등도 함께 조성된다.

‘역대급’ 분양시장의 이면에는 부동산시장 활황기(2006년) 이후 10년 만에 찾아온 열기를 잇기 위한 건설사들의 의지가 엿보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용인시 미분양 주택 수는 지난 5월 현재 3089가구로 1년 전(3852가구)보다 763가구 줄었다. 미분양 물량이 팔리면서 시장 상황이 회복될 조짐을 보이자 매입 후 분양을 미뤘던 택지들이 대거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용인에서 분양을 진행 중인 한 건설사 고위 관계자는 “회사 내부적으로 올해 하반기 분양을 놓치면 또 언제 분양을 할지 기약이 없다는 의견이 많다”며 “올해 안에 용인지역을 비롯한 기존 매입 택지 분양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불안 요소는 존재한다. 전체 미분양 3089가구 가운데 전용면적 85㎡가 넘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2578가구)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더욱이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줄고 있는데도 여전히 경기지역 전체 미분양(5978가구)의 절반(51%)을 차지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결국 각 단지가 가진 경쟁력이 분양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건설사들이 좋은 시장 분위기를 틈타 기존 매입 택지 분양을 서두르면서 용인 지역에 분양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며 “분양가나 주변 여건 등의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경우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은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 2006~2015년 경기 용인지역 분양물량(2015년 하반기 예정 물량 포함)[자료=부동산114·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