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천승현 기자
2015.04.15 03:00:00
특허만료 오리지널 약 처방량 증가..복제약 경쟁력 악화
국내제약사 다국적사 제품 판매로 매출 만회
상품매출 비율 급증.."실적 회복은 거품" 지적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지난 3년간 국내제약사들은 다국적제약사의 제품판매로 근근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업체들이 오리지널 의약품의 처방 쏠림현상을 부추기면서 경쟁력 악화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12년 약가제도 개편 이후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오리지널 의약품이 특허 만료 이후 수십개 제네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처방량은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점이다.
현행 약가산정 시스템에 따르면 100원짜리 오리지널 의약품은 제네릭이 발매되면 보험약가가 70원으로 인하되고 1년 후 53.55원으로 떨어진다. 산술적으로 오리지널 의약품이 특허만료 이전과 똑같이 팔렸더라도 매출은 하락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아스트라제네카의 고지혈증약 ‘크레스토10mg’의 경우 지난해 4월 특허만료로 보험약가는 995원에서 800원으로 인하됐다. 하지만 지난해 처방실적은 674억원에서 729억원으로 늘었다. 처방량으로 따져보면 6774만개(674억÷995원)에서 9113만개(729억원÷800원)로 34.5% 증가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무려 76개의 제네릭이 견제에 나섰는데도 매출은 오히려 증가한 셈이다. 제네릭 76개 중 65개가 크레스토 가격과 유사한 670~777원에 형성돼 있다. 제네릭이 오리지널 의약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월등히 뛰어나지 않기 때문에 의료진 입장에선 제네릭을 처방할 동기가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화이자의 고지혈증약 ‘리피토10mg’은 약가제도 개편 전 2011년 처방실적 721억원에서 지난해 699억원으로 3년새 3.1% 줄었다.
하지만 보험약가가 917원에서 663원으로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처방량은 7863만개에서 1억543만개로 34.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리피토10mg’의 제네릭은 총 84개 품목 등재됐고, 이중 71개 품목이 ‘리피토10mg’와 똑같은 663원의 보험약가를 받았다. 국내사 한 영업사원은 “정상적인 판촉활동마저 손발이 묶인 상황에서 오리지널 의약품과 제네릭의 가격이 똑같은데, 의료진 입장에선 오리지널을 처방하는 게 당연한 이치다”라고 토로했다.
지난 2012년 일괄 약가인하 이후 국내제약사들의 실적은 동반 부진에 빠졌지만 빠른 속도로 회복세로 돌아섰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2014년 상반기 국내제약기업 경영실적’ 자료에 따르면 72개 상장 제약사의 지난해 상반기 매출은 6조187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5% 늘었다. 2012년, 2013년 각각 1.9%, 0.4%의 성장률과 비교하면 확연한 상승세다.
제약사들의 주력사업인 처방의약품 시장에서 여전히 맥을 못 추는데도 전체 매출이 증가하는 현상이다. 상당수 업체들은 자체 개발한 처방의약품으로는 매출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다국적제약사가 개발한 제품을 대신 팔아주면서 외형을 획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처방약 시장의 부진을 상품매출로 만회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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