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디플레이션 재앙에 앞서 대비해야

by논설 위원
2015.03.06 06:00:01

올 들어 수출과 내수가 감소하고 저물가가 지속되는 3저(低) 현상으로 디플레이션 공포가 가시화될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52%로 3개월째 0%대에 머무르며 16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담뱃값 인상 효과 0.58%를 빼면 소폭이긴 하나 사상 첫 마이너스 물가다.

이에 따라 디플레이션 진입 여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집권당 대표와 경제부총리가 이구동성으로 우려할 정도라면 만만치 않은 상황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저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현 국면을 디플레이션 초기로 규정하고 ‘대범한 해결책’을 정부에 주문했고, 최경환 부총리는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조찬 강연에서 “디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물가가 아니라 물가상승률이 내리는 디스인플레이션 상황”이라던 최 부총리의 한 달 전 인식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디플레이션은 물가하락→소비감소→투자감소가 다시 물가하락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경제 재앙으로, 이웃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좋은 반면교사다. 셰일가스 혁명에 따른 유가 급락이라는 일시적 요인이 크므로 아직 우려할 단계가 아니며 물가가 내리면 서민들이 살기 좋아지는 것 아니냐는 낙관론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이유다. 재앙은 닥치기 전에 선제 대응하는 게 상책이다.



문제는 방법이다. 기업 임금 인상으로 내수를 살리자는 최 부총리의 해법은 현실감이 많이 떨어진다. 삼성전자마저 임금을 동결한 마당에 몇몇 대기업 팔 비틀기로는 양극화만 심화할 뿐 사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내수를 살리려면 서비스산업법을 비롯해 국회에 계류돼 있는 경제 법안들을 ‘불어터진 국수’가 되기 전에 통과시켜 양질의 일자리 창출 여건부터 마련해야 한다. 가계의 소비여력을 고갈시키는 전셋값 폭등을 잡는 것도 시급하다.

한국은행도 굴러들어온 저물가에 안주해 뒷짐 지고 있을 게 아니라 경제 살리기에 떨쳐나서야 한다. 디플레이션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물가가 적어도 1~2% 안팎에서 올라야 정상이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