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신상건 기자
2015.01.20 06:01:00
[이데일리 신상건 박종오 김성훈 기자]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이 처한 존폐 위기를 벗어나려면 신뢰 회복 등 업체들의 자구적인 노력과 더불어 정부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당장 업계에서는 일파만파로 번진 무더기 입찰 담합 사태의 해법으로 ‘그랜드 바겐(일괄 처리)’을 건의하고 있다. 과징금도 문제지만, 해외 플랜트 발주처가 국내 건설사들에 담합 처분 내용 설명을 요구하는 등 6~7년 전에 벌인 담합 여파가 현재의 해외 수주까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랜드 바겐은 중요한 담합 사건만 선별해 일괄 처리하는 방식으로, 2009년 영국 공정거래청(OFT)이 건설사 103곳의 담합 199건을 적발해 과징금 1억2920만파운드(약 2246억원)를 부과한 게 대표적이다.
정부도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 이번 주 중 관계부처 합동 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입찰 담합 예방을 위한 처벌 강화와 공정위 조사의 패스트 트랙(Fast Track) 적용 방안 등이 담길 예정이다. 획일적인 입찰 참가 제한 등 중복 제재 성격이 짙은 현재의 처벌 규정을 전담기관에 맡겨 운영토록 하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계가 요청하는 그랜드 바겐은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들을 바라보는 여론이 극도로 냉랭한 상황에서 자칫 업계 봐주기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특정 기간에 벌어진 담합만 일괄 조사한다는 것은 현재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의 자체 신뢰 회복 노력이 정부 지원의 선결 조건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너진 도덕성을 일으켜 관행적으로 비리를 일삼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는 의미다. 잇따른 분식 논란을 부르는 회계 시스템 정비도 중요한 과제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건설사 회계를 비롯해 건설업의 기본 데이터 중 투명한 게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금융감독원이 직접 나서 실사를 하는 등 건설업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정책 지원도 가능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토목·건축 위주의 사업 구조에서 탈피한 새로운 사업 연구·개발(R&D)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을 통한 기술 혁신, 에너지 효율성 제고, 저탄소 관련 공법 개발 등 새로운 건설 분야에 대한 정부 투자가 필요하다”며 “특히 정부와 학계가 재정과 인력 수급 여건이 어려운 중소형 건설사를 지원해 기술 혁신을 이끈다면 글로벌 강소기업의 탄생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