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동욱 기자
2013.12.02 07:30:18
국회 계류 부동산법안 9개
연내 통과 가능성 불투명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김모(40)씨는 최근 집을 산 수요자들에게서 하루 평균 2~3통의 전화를 받는다. 모두 올해 안에 취득세 감면이 시행되는 것인지를 묻는 전화다. 국회가 취득세 감면 조치를 부동산 대책 발표일(8월 28일)로 소급하기로 했지만, 여·야 정쟁으로 관련법 통과가 불투명해지자 최근 집을 산 수요자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취득세 감면 조치를 계기로 이참에 집을 사라고 권유한 김씨도 입장이 난처해졌다. 그는 “정부 대책을 믿고 집을 사라고 권했는데 정작 시행 시기가 불투명해 시장에 혼선이 생기고 있다”며 “집을 산 사람들도 이렇게 마음 졸이고 있는데 과연 누가 지금 집을 사려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주택시장이 안갯속이다. 올해 정부가 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해 강도 높은 대책을 3번이나 내놨지만 시장은 꿈적도 하지 않고 있다. 대책 발표 초기만 해도 약발이 먹히는 듯했지만 효과는 오래 가지 않았다. 가장 큰 원인은 국회에서 촉발된 정책 리스크 때문이다. 부동산 활성화 법안이 번번이 국회에 발목이 잡혀 대책 발표와 실행이 따로 가면서 시장 혼란만 커졌다. 특히 최근 들어 정치권이 극심한 대치 상태를 이어가면서 올해도 부동산 활성화 법안의 국회 통과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주요 부동산 관련 법안은 총 9건이다. 분양가상한제 탄력 운영과 리모델링 수직 증축 허용,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취득세 영구 인하 등으로 업계에서 줄곧 요구해온 것들이다. 이 중에서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와 분양가상한제 탄력 운영 법안은 2009년 발의된 이후 4년째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취득세 영구 인하 법안은 여당과 야당이 연내 소급 적용하기로 결정은 했지만, 지방 세수 보전 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정작 법 통과는 하염없이 지연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주택시장은 말라가고 있다. 지난 3분기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만154건으로 전 분기(2만4517건)보다 절반 가량 줄었다.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이사 가는 인구도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인구 이동자 수는 64만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000명(1%) 줄었다. 거래량이 줄면서 문을 닫는 부동산 중개업소도 늘고 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1만1624곳이 휴·폐업했다. 건설업계도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상위 100위권 내 건설사 4곳 중 1곳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대책을 내놨지만 정작 실행이 되지 않으면서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 주택시장이 회생 불능의 상태에 빠져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